[주말 픽!] 예술이 안식과 기도로 다가올 때
성암교회서 ‘강윤미x데이빗 모왓 BEJE 리유니언’ 공연
위안부 피해자 위로 등 사회적 메시지 펼쳐

예술이 기도로 다가올 때가 있다.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예술가들의 음악과 몸짓이 관객과 공명할 때면,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낼 힘이 생긴다.
대한민국 공연 예술의 최전선에 있는 춘천공연예술제가 16일 춘천 몸짓극장에서 열린 무용공연을 끝으로 폐막한다. 음악과 무용 장르를 중심으로 지난 12일 개막, 20여 팀의 공연을 펼친 이번 예술제는 신선한 시도와 다양한 예술의 접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음악공연이 열린 성암교회에서는 기존 교회의 구조를 90도 틀어, 공연자들의 땀방울까지 보이도록 만든 자리 배치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라면 예배가 펼쳐지는 공간이겠지만 자유롭게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재즈클럽 분위기를 연출한 것 또한 파격이었다. 원활한 운영을 돕는 스태프들의 열정이 곳곳에서 보였고 과잉되지 않은 적절한 음량 조절이 공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모습이 춘천공연예술제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대변하기도 했다. 지금 아니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재즈라는 속성이 그들의 실험성과 맞닿아 있었다.
■상실과 회복, 공존과 연대… 음악이 주는 강력한 힘
광복절인 지난 15일 성암교회에서 열린 ‘강윤미x데이빗 모왓 BEJE 리유니언’의 공연은 특별했다. 적어도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음악으로 들렸다. 이들은 ‘음악으로 잇는 마음과 마음’을 주제로 트럼펫 데이빗 모왓과 보컬 피아노 강윤미, 기타 박상연, 베이스 김성수, 드럼 파올로 아다모가 뭉친 팀이다. 이들은 소박하고 진중함이 묻어난 재즈를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음악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2018년 팀을 구성해 영국문화원의 지원을 받아 앨범을 발표한 그들은 음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팀이었다. 트럼펫 연주자이자 사회활동가인 데이빗 모왓은 영국 브리스톨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1년간 이동하며 반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보컬 강윤미 또한 “흥겨운 음악도 좋겠지만 우리의 음악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여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도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상연 기타리스트가 작곡한 ‘못 다 핀 꽃(Withe No Peatals)’를 먼저 선보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위로의 곡으로 비장하면서 절제된 어조의 표현이 들렸다. 자기를 드러내려 하기 보다는 감정이 절제가 느껴졌고, 내면으로부터 음악을 충분히 소화시켰다는 인상이 들었다. 몽글한 텔레캐스터 타입의 기타 소리와 영롱한 스캣이 어우러진 것도 특징이었다. 그들은 바쁜 도시의 일상과 근대화에 대한 폐해, 존재의 이유, 화합의 기쁨 등을 주제로한 곡을 잇따라 펼쳤다.
연주는 마치 강력한 힘을 가진 초식동물 같았다. 그들의 합은 섬세함과 배려로 뭉쳐 있었고 날카로움을 발산하기 보다는 전체를 감싸안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밝고 나른한 분위기의 곡에서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는 듯한 슬픔이 느껴졌다. 눈을 감은 드러머의 섬세한 엇박 리듬은 고된 일상에서 잠시 만난 오아시스 같았다. 데이빗 모왓이 올 봄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만든 곡이 연주될 때는 영원한 안식으로의 자유가 전해졌다. 이 땅에 살아있는 한 우리는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일깨웠다. 마지막으로 펼친 ‘Gig for GILL(질을 위한 연주)’에서는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스케일의 시작으로 불협화음을 연출하다가도, 이내 그것이 하나의 장소로 귀결되는 강렬함을 보였다. 영국 민속 리듬에 동양적인 선율, 중동의 느낌까지 국적과 문화를 초월한 음악이 연출됐다. 서로 사는 방식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비슷한 존재이고 본질은 하나라는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이어진 루 집시 카페의 공연 ‘거리 위의 낭만’은 일반인들이 재즈에 조금 더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무대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베이스 김중혁을 중심으로 피아노 최윤미, 바이올린 류리나, 기타 이현종, 색소폰 유명한이 함께한 이들의 연주는 활동적인 거리의 악사 분위기를 연출하며 흥을 일깨웠다. 라틴음악을 연상시키는 기타의 반복적인 티카타카, 역동적인 바이올린의 움직임이 음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충분히 기다렸다가 몰아붙이는 피아노 최윤미의 연주 또한 귀를 자극했다.


■AI·노동 사회적 주제 결합, 강원 현대무용 신작 발굴
앞서 지난 14일 몸짓극장에서 열린 현대무용 공연에서는 강원도 출신의 신진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강원 출신 예술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강원 파인더’ 무대에 와이낫 프로젝트의 ‘노커-어퍼’, 브레이크 스루의 ‘알고리즘을 넘어서’ 공연이 진행됐다.
춘천에서 활동하는 양설희 안무가는 ‘노커-어퍼’ 공연에서 ‘사다리’라는 소재를 활용, 노동의 행위와 시간의 반복성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과감한 리프팅 동작의 반복과 시계추를 연상시키는 사다리의 이동이 눈길을 끌었고, 때로 그들은 갇혀있는 존재가 됐다.
영국 산업혁명 시기, 전기와 알람시계가 보급되기 전까지는 알람맨(노커-어퍼)이라는 직업이 긴 막대기로 창문을 두드려 근로자들을 깨웠다고 한다. 좌우로 흔들리면서도 쓰러지지 못하고 계속해서 흔들리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쓰러지고 싶어도 쓰러질 수 없는, 여전히 멈출 수 없는 현실을 본질적으로 표현했다.
양양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 브레이크 스루의 공연은 무용수의 움직임을 AI가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의 안무를 생성한 뒤 그 모습이 충돌되는 모습을 그리며 신선함을 구사했다. 액체나 젤리처럼 흐르는 인체, 수많은 점과 입자가 모였다 흩어지는 움직임, 시공간이 왜곡된 듯한 초현실적 장면 들이 화면으로 이어졌다.
백인근 안무가는 “과거에는 무용이 가장 원초적인 예술로서 기술이 쉽게 따라올 수 없다고 여겨졌지만, AI의 발달은 창조의 영역마저 흔들고 있다. 인간의 창조성을 지켜내기 위해 어떻게 기술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창조성의 ‘적’이었던 AI를 오히려 협업자로 받아들이는 실험을 해보고자 했다”고 전했다. 김진형 기자
#분위기 #데이빗 #강윤미 #피아노 #움직임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초동 사저에 남겨진 반려동물 11마리…김건희 측근들 돌보는 중
- 양궁 국가대표 장채환, SNS에 극우 성향 ‘대선 조작’ 게시물
- ‘손흥민 딥페이크’로 강원랜드 사칭 불법도박 홍보… 경찰 수사 착수
- ‘불친절 논란’ 속초 오징어 난전 영업정지 처분…상인들 자정 결의
- 매봉산 '바람의 언덕' 농번기 관광객-농민 좁은 길 때문에 마찰
- 강원FC 내년 홈경기 강릉에서만 열린다
- 양양 호텔서 발견된 뱀 알고보니 ‘멸종위기종’
- 춘천 ‘감자빵’ 부부 대표 이혼 공식화…“각자의 길 응원”
- ‘극한직업’ 최반장 배우 송영규씨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
- 신화 이민우 “양양서 아이 생겨 태명 ‘양양’”… 약혼자 임신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