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아닌 회복, 그들이 산속에서 찾은 것

김소연 2025. 8.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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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예가 이헌정은 2002년 직감에 이끌려 경기 양평군의 숲이 우거진 경사지 작은 땅에 집과 작업실을 짓기로 했다.

무료로 집을 설계해 주겠다고 제안한 건축가 친구는 현장을 살펴본 뒤 가능한 한 빨리 그 땅을 처분하라고 권했다.

그렇게 완성한 산자락 집은 창작의 공간이자 삶의 터전이 됐다.

'산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왜 산으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단순한 화보집을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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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니나 프루덴버거 '마운틴 하우스'
경기 양평군 산속에 자리한 도예가 이헌정의 집. 한길사 제공

한국 도예가 이헌정은 2002년 직감에 이끌려 경기 양평군의 숲이 우거진 경사지 작은 땅에 집과 작업실을 짓기로 했다. 무료로 집을 설계해 주겠다고 제안한 건축가 친구는 현장을 살펴본 뒤 가능한 한 빨리 그 땅을 처분하라고 권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해를 등지고 있어 겨울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헌정은 굴하지 않고 직접 설계에 나섰다. 그렇게 완성한 산자락 집은 창작의 공간이자 삶의 터전이 됐다. 그에게 산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고요한 중심이다.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니나 프루덴버거는 사람들의 내면을 비추는 공간을 책으로 담는다. 전작 '예술가의 서재'에서 전 세계 예술가들의 서재를 탐방하며 그들의 삶을 보여줬다면 신간 '마운틴 하우스'에는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 이야기를 담았다.

경기 양평군 산속에 자리한 도예가 이헌정의 집. 한길사 제공

저자는 5대륙, 12개국에 흩어진 21채의 산속 집을 찾아 나섰다. 모로코 하이아틀라스산맥의 흙집, 미국 뉴욕주 캐츠킬산맥 자락의 18세기 농가, 알프스 숲속 오두막, 경기 양평군 도예가의 집까지 여러 건축 스타일이 185장의 사진으로 펼쳐진다. '산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왜 산으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단순한 화보집을 넘어선다. 산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철학과, 산과 자연이 어떻게 삶의 형태를 빚어내는지 탐구한다.

산속 집 사람들은 불편을 삶의 일부로 삼고 완성보다 과정을, 소유보다 존재를 택했다.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자립과 자유, 자연이 마련해 준 고요와 풍요다. 책은 이들의 선택을 통해 침묵이 깃든 공간과 여백 있는 삶이 어떻게 회복의 기회가 되는지 보여주는 고요한 실험의 기록이다.

모로코 하이아틀라스산맥의 사막 정원이 감싼 흙집. 한길사 제공
마운틴 하우스·니나 프루덴버거 지음·노유연 옮김·한길사 발행·336쪽·4만5,000원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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