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맞아 열린 ‘국민임명식’ 축제 분위기 속 진행…일부 여론 분열도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1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국민임명식’ 행사가 문화예술 축제 분위기로 펼쳐졌다. 사전 신청으로 초청된 3500명을 비롯해 임명식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서울역사박물관 앞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이날 현장에는 12·3 계엄 이후 이어진 집회에서 등장했던 응원봉과 태극기가 새겨진 부채, 진관사 태극기(일제강점기 시대 일장기 위에 그려 만든 태극기.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 2009년 서울 진관사 칠성각 해체·복원 과정에서 독립신문을 감싼 형태로 발견된 국가 보물)로 만든 뱃지나 굿즈, 거북선을 활용한 야광봉 등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이날 공식 행사 시작 전부터 현장에 온 여권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현장에 나타나자, 시민들이 사진 촬영과 악수를 요청하거나 응원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해병대원 순직사건 초동수사를 이끈 박정훈 대령도 이날 초대받아 정복 차림으로 참석, 시민들의 응원을 받았다.


행사는 국립무용단의 신태평무로 무대를 열었고 가수 정홍일과 윤성이 풍물패, 타악 길놀이 등과 함께 ‘해야’를 부르며 ‘새 빛 들이기’를 주제로 한 무대를 열었다. 기념 프로젝트 그룹 투데이야, 치어리딩 공연 등이 펼쳐진데 이어 가수 이은미가 노래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현장에 도착하자 지켜보던 시민들이 대통령 이름을 곳곳에서 연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 착석 후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 영상과 국민대표 80인에 대한 현장 인터뷰가 이어져 국내 최초 자연임신으로 다섯쌍둥이를 출산한 김준영·사공혜란 부부와 경북 영덕 산불 당시 주민 60여명을 구조한 울진해양경찰서 구조대장 김해인 경위, 장응표 대학생(계명대 환경공학과 4년)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경험과 어려운 점을 전했다.
국민임명식은 국민대표 80인이 이 대통령에게 수여할 임명장을 들고 무대에 오른후 이뤄졌다. 국민대표들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사항을 직접 써 만든 임명장을 무대 위 대형 큐브로 만들었다. 임명장은 독립운동가 고 목연욱 지사의 아들이자 광복둥이인 목장균 씨,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 이연수 NC AI 대표, 허가영 영화감독에게 직접 받았다. 국민대표 80인에는 박항서 축구감독, 이세돌 바둑 기사, 고 방정환 선생의 후손 나영의·김영숙 씨 등도 포함됐다.
이날 행사 하이라이트인 국민임명장 전달 후에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나와 참석자들이 함께 불렀다. 또 미디어파사드와 드론쇼가 이어져 드론이 밤하늘에 ‘광복 80주년’ 문구와 태극기 등을 그리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DJ 아스터의 리믹스에 맞춰 태권무가 무대를 장식했고 산들과 정은지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어 걸그룹 IZNA가 무대에 올라 ‘골든(Golden)’을 부르자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골든’은 이번 주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어 가사가 포함된 여성 가수 곡 최초의 대기록을 세운 곡이다.
고등학생 이미주 씨는 “광화문 근처에 온 김에 너무 재밌게 봤던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배경이 된 북촌과 한양도성 일대에 다녀왔는데, 영화 OST까지 기념식에서 들으니 벅차다. 문화강국을 바라신 김구 선생님이 정말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박용호 씨는 “정치 성향을 떠나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가족과 함께 온 김수연 씨는 “아이들에게 광복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무대는 가수 이승환이 장식했다. 이승환은 ‘덩크슛’, ‘슈퍼히어로’ 등 히트곡을 부른 뒤 “영광스러운 오늘 자리에서 꼭 하고 싶은 고백이 있다”며 “사랑한다 대한민국!”이라고 외쳤다.


한편 이날 국민임명식은 조기 대선 직후 곧바로 출범한 정부가 치르지 못한 취임식을 대신하는 성격의 행사로 치러졌다. 지난 6월 4일 취임한 이 대통령이 72일 만에 국민 앞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편지’에서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임명장을 건네받아 한없이 영광스럽고, 한없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한민국 주권자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오직 국민만 믿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접경지역 주민들을 언급하며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로 피어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과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헌법기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 경제인, 정세균·문희상 전 국회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배구선수 김연경 등 문화·체육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반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전직 대통령과 가족들은 자리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김진태 도지사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 등도 불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안철수 국회의원은 이 대통령의 연설 도중 일어나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에서는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단체들이 각각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숭례문 앞에서 ‘8·15 광복절 사전대회’를 열어 내란세력 청산과 미국 경제수탈 저지 등을 주장했다. 태백 출신 정의당 권영국 대표와 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한 해당 집회 장소에서는 양대 노총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100여곳도 시민대회를 가졌다. 이어 저녁 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한 끝에 주한일본대사관 앞을 행진했다. 이날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이 행진을 방해한다’며 사전 신고된 차로를 벗어나자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일부 몸싸움도 있었으나 경찰이 길을 터준 후 오후 10시 27분쯤 일본대사관 앞을 행진했다.
같은 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과 천만인운동본부는 인근에서 ‘8·15 광복절 국민대회’를 개최, ‘윤 어게인’, ‘부정선거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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