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의 아빠 맘 모르겠니] 아빠가 좋아? 친구가 좋아?

김지은 기자 2025. 8. 1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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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은 온전히 외사랑이다. 엄마아빠가 최고라던 주안에게 친구가 더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사진 손준호 제공

[우먼센스] 올해 주안의 여름방학엔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았다. 나는 주말에만 지방 공연이 있었고 그 마저도 주안의 방학이 시작하고 몇 주 지나지 않아서 끝났다. 우리 부자는 같이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이나 자전거타기를 하면서 함께 땀을 흘리며 성취감을 맛봤다. 또 마무리 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서로의 굳은 몸을 원망하다가 "그만"을 외친다거나 거울에 미친 모습을 보고 빵 터지기도 했다. 우리는 매일 스트레칭을 하면 실력이 늘 거라고 기대하면서 처음보다 유연해진 모습을 서로 칭찬했다. 샤워할땐 누가 먼저 뜨거운 물이나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지, 누가 더 사우나에서 오래 버티는지와 같은 유치한 겨루기를 하고, 샤워기를 찬물로 바꿔 서로에게 뿌리는 장난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연인이나 부부도 그렇지만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니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늘 했던 장난이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내가 생각했을 땐 해야 할 일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주안은 잔소리의 빈도가 많아졌다고 느꼈는지 싫은 기색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내가 "아들은 너무 사랑하는 내 새끼지만 하루종일 있다보면 자꾸 부딪히게 되어 속상하고 힘들다"라고 말했던 게 문득 떠올랐다. 아들이지만 결국 타인인데, 어떻게 내 마음에 완벽하게 들 수 있을까? 하물며 나 역시도 아들에게 완벽한 아빠이자 사람일 수 있겠는가! 

사진 손준호 제공

아들에게 바라는게 생기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한 박자씩 참아본다. 나의 욕심이라고 여기고 말을 줄이려 한다. 주안이도 나의 마음과 노력을 느끼는 걸까? 내 말을 끝까지 듣고, 기억하려고 애쓰는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번은 "주안아, 엄마 아빠와 마음이 맞지 않을 때가 힘들어? 아니면 친구들과 맞지 않을 때가 힘들어?"라고 물었다. 난 당연히 엄마아빠가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봤다. 가족이니까 평생 아빠이고, 아빠는 아들편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안의 대답은 달랐다. "당연히 친구들하고 있을 때가 편하지. 왜냐하면 친구들하과 속 얘기를 하고 안 맞으면 다투기도 하는데 금방 화해하면 되잖아." 내가 중학생일 때를 떠올렸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나 역시 친구들하고 자주 어울리며 편하게 느끼며 다녔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주안이 포항에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참석할 일이 있었다. 함께 차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주안은 옆에서 편하게 스마트폰을 했다가 듣고 싶은 음악도 듣고 편하게 잠도 잤다. 주안이 하고 싶은 것을 온전히 다 했다는 의미다. 포항에 도착하고 주안은 "아빠, 고마워! 피곤하지? 알라뷰! 조심히 가"라고 말했다. 내 옆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며칠 동안 교육에 참석하러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걱정되고 안쓰러웠다. 교육 첫날에 주안은 어떻게 지내고 무엇을 먹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나와 소현 씨가 궁금해할 시간이 되면 묻지 않아도 식사라든지, 쉬는시간이라며 연락이 왔고 이것저것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런데 이틀째 될 때부터 연락이 뜸해지면서 우리가 물어도 답장이 빠르게 오지 않았다. 걱정하는 아내에게 나는 "거기서 친구도 사귀고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예요. 우리 둘이 재밌게 지내면 돼요! 미래의 일을 예행연습 한다고 생각하자고요"라고 말했다. 일정을 마치고  데리러 간 아들에게 그곳 소식들을 물어보면서 점점 연락이 뜸해진 이유를 물었더니 나의 예상이 맞았다. 주안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증거같아서 더 없이 감사하고 기쁘다. 

사진 손준호 제공

내가 주안의 나이였을 때를 떠올려보면 비슷했던 것 같다. 나 역시 가족보다 친구가 더 소중했던 시기가 있다. 시대가 변했지만 닮은 모습들이 있다. 우리가 경험했던 것 중 아쉬운 것은 덜어내고 더 좋은 것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오늘도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욕심이 담긴 말보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한다. 알라뷰 주안!

CREDIT INFO

기획 김지은 기자

글·사진 손준호

김지은 기자 a05190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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