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기료는 오르고 배출권은 준다? 관세에 시달리는 산업계, 또 한숨 쉬나
유료 배출권 비중↑ 배분량 ↓방침
전기료 인상·생산 비용 증가 우려
유상 할당 50% 배출권 3만원이면
제조업 전기료 1년에 5조 더 내야
"기업에 부담스러운 정책" 우려 속
충격 비해 효과 적을 거란 의견도

정부가 2026년부터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나눠줄 때 돈을 받고 판매하는 비중을 키우고 배분량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산업계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전기를 만들어 파는 발전사의 부담이 커지면 이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많은 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기업들에 주어지는 배출권이 줄어들면 이를 비싼 값에 사와야 해 그만큼 비용은 또 올라 수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한국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기반으로 배출권의 수량을 결정한다. 업체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배출허용총량'이라고 하고, 이는 기업에 먼저 나눠주는 '사전할당량'과 신규사업자를 위해 정부가 보유해 두는 '예비분'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사전할당을 할 때는 배출권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무상할당), 경매로 판매하기도 한다(유상할당).
유료 탄소배출권이 늘면 전기요금이 오르는 이유는

정부가 세운 '제4차 계획기간(2026~2030)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대로 발전 부문의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현행 10%에서 내년부터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최종 50%가 되는 식이면 전기료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 이유는 이렇다. ①화석연료를 쓰는 발전사들의 발전비용(열량단가)이 오른다. 발전사들은 탄소배출권을 정부로부터 공짜로 받거나(무상할당) 돈을 내고 사서(유상할당) 전기를 만드는데 앞으로 배출권을 최대 다섯 배 더 많이 사게 된다. ②한국전력이 전기를 더 비싸게 산다.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와 공급하는 한전은 전기 공급에 들어간 비용을 치러줘야 한다. 한전은 누적 적자가 28조8,000억 원, 부채는 200조 원이라 선택지가 전기요금 인상뿐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81510360000373)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으니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50%로 확대 시) 킬로와트시(㎾h)당 요금은 10원 늘 것"이라며 "이는 현행 배출권 가격이 유지됐을 때 얘기인데 만약 값이 오르면 인상 폭은 더 커진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배출권이 1만 원 미만이라 매우 낮은 편이다.
산업계의 전기료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유상할당 비율이 50%, 배출권 가격은 3만 원일 경우 제조업 분야는 전기 요금으로 1년에 5조 원을 더 내야 한다. 업종별로는 전자·통신 5,492억 원, 화학 4,160억 원, 자동차 1,786억 원 등이다.
탄소배출권도 조금 준다니... 생산비용 또 오를 듯

발전사는 아니지만 탄소를 내뿜는 '발전 외(外)' 부문 기업들은 매년 나눠 받는 탄소배출권의 양이 줄어든다는 점도 걱정이다. 기존에 배출허용총량 밖에서 관리되던 '시장안정화조치 용도 예비분'이 발전 외 부문의 배출허용총량으로 포함됐다. 그 양도 3차(5년 동안 1,400만 톤) 때보다 1억1,300만 톤(5년 동안)으로 아홉 배 이상 많아졌다. 즉 그만큼 발전 외 부문 기업이 내보낼 수 있던 탄소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유상할당 비율도 10%에서 15%로 오른다.
이는 산업계 전반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모자란 탄소배출권을 더 비싸게 사와야 해서다. 특히 배출권 제도가 없는 국가와 수출 경쟁을 해야 하는 철강·석유화학·정유 등은 이번에도 배출권을 무료로 나눠 준다지만 배출권 양이 줄면 이들 역시 추가 배출권은 사서 써야 한다. 이런 구매 수요 증가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산업계는 청천벽력... "기후는 그대로, 기업만 내쫓는 꼴"

미국의 관세 조치, 산업 경쟁력 약화 등으로 위기에 빠진 산업계는 난감하다. 특히 지난해 전기요금 9.7% 인상을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배출권 가격과 전기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업 부담을 갑자기 키우는 건 부담스러운 정책"이라고 했다.
충격에 비해 효과가 적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유 교수는 "정부는 국가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서 배출권 할당량도 줄이겠다고 본 것"이라며 "경기가 안 좋아서 발생한 비극적 결과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살아나면 생산도 늘 텐데 이때 배출권을 사야 하니 비용은 더 들고 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 할지 모른다"며 "외국에 나가서 뿜어대는 탄소로 똑같이 기후는 바뀌고 한국 경제만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발전소 관계자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발전사에 부담만 더 지우는 것"이라며 "재무 상황이 나빠지면 재생·무탄소 에너지에 투자할 여력이 준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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