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북 흡수통일 않겠다…일본과는 상생협력”

윤성민 2025. 8. 16.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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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광복 80주년 경축사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함께 찾은 빛, 대한민국을 비추다’를 주제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독립 유공자와 유족 및 국가 주요 인사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이종찬 광복회장.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세운 것은 ‘공존(共存)’이었다. 북한에는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을 촉구하고, 일본엔 “이웃이자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란 단어도, ‘흡수통일’ 외에 ‘통일’이란 단어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던 것과 차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주장이나, 북한이 대한민국의 일부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북한’이란 표현에 반발해온 걸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자국 헌법에 흡수통일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해놓고 각종 침략적 성격의 전쟁 연습에 빠져 있다”거나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인내’란 표현을 두 차례 썼는데, “북측이 화답하기를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 한 게 한 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9·19 군사합의는 상호 간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2023년 11월 북한은 합의를 전면 폐기한다고 선언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윤석열 정부는 9·19 합의의 전체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 대통령은 이를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방법론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재개된 육·해상 완충구역 내 포사격과 기동훈련이 다시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단 살포 중단,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 화답 인내하며 기대”…경축사서 ‘인내’ 표현 두번 사용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이라는 대북 정책 3원칙을 밝혔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특히 이 대통령이 사용한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보수 정부에선 ‘한반도 비핵화’보단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다. 양 총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향후 한국에 도입될 수 있는 ‘미래의 핵’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전술핵 도입 등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포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사에 대한 원칙적 대응’과 ‘미래지향적 협력’이라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면서도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민감한 과거사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2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사 언급을 최소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한·일 정상회담과 최근 일본에 대한 국민 호감도가 높아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거사 언급 분량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안보에서 한·일 협력을 바라는 미국 측을 고려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편 이날 경축사에서 한·미 동맹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이전 대통령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안보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도 2023년 “한·미 동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 번영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안보 의제가 다뤄질 것을 대비해 의도적으로 제외했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 대통령은 ‘통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푸른색, 붉은색, 흰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매고 경축사를 읽었다. 정치권을 향해선 “낡은 이념과 진영에 기초한 분열의 정치에서 탈피해 대화와 양보에 기초한 연대와 상생의 정치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다만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세력은 분단을 빌미 삼아 끝없이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등의 보수 진영을 겨냥한 듯한 내용도 있었다.

극심한 여야 갈등은 행사장에서도 도드라졌다. 이 대통령이 입장하며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악수하며 “저녁 행사(국민임명식)에도 오시지요”하고 하자 송 위원장이 “우리는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하는 일이 있었다. ‘국민임명식’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조국·윤미향 사면 반대’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기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언석 위원장은 행사장에 나란히 않았지만 서로 악수도 않고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송 위원장은 “정 대표가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법’이라는 이상한 말을 했는데 저도 똑같다”며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정청래와 마음 편하게 악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 2일 취임 이후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정 대표를 향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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