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런던 접수하고 금의환향…K버전 ‘위대한 개츠비’

유주현 2025. 8. 1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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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사진 오디컴퍼니]
독하게 맘먹으면 계층이동이 가능한 세상. 끝없는 상승 욕구로 이름과 학력을 세탁하고 신변을 온통 허구로 꾸미는 사람도 있다. 결말은 대체로 비극이다. 지난 8일 화려하게 막을 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사진)’의 주인공 제이 개츠비도 그런 사람이다.

10여년 전부터 끈질기게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던 ‘공연계 돈키호테’ 신춘수 프로듀서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 런던 웨스트엔드를 거쳐 금의환향한 터라 관심이 집중됐다. 뉴욕·런던·서울 3개 도시 동시 흥행이라는 진기록이 현재진행중이다. 해외 평단이 ‘감정적 깊이 부족’을 지적했지만, 휘몰아치는 속도감에 감정에 젖을 여유도 지루할 틈도 없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사진 오디컴퍼니]
꼭 100년 전 나온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이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자 미국 고등학생들의 필독서가 2025년 한국인이 제작한 뮤지컬 무대로 재탄생했다는 게 흥미롭다. 가난 때문에 놓친 옛사랑을 되찾기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벼락부자로 등극한 한 남자의 순애보가 올드머니와 뉴머니의 대립 속에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배경인 1920년대는 미국이 1차 세계대전의 수혜를 입고 대호황을 누리던 시절. 흥청망청 광란의 파티를 벌이던 미국의 전성기와 ‘K의 시대’를 맞아 축포를 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사진 오디컴퍼니]

뮤지컬 본고장을 매료시킨 퀄리티는 과연 놀랄만하다. 토니상 수상 경력을 가진 개츠비 역 배우 매트 도일이 “브로드웨이에서 내가 경험한 가장 크고 화려한 공연”이라고 말할 정도다. 통상적인 투어 프로덕션이라면 가볍고 심플한 세트가 많지만, ‘또 하나의 오리지널 프로덕션’을 강조한 서울 버전은 울트라헤비급이다.

구조물과 LED영상, 조명이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는 예술적인 무대전환은 국내서 가능한 대극장 뮤지컬 제작 수준을 훌쩍 점프시켰다. 수직·수평·앞뒤로 쉴새없이 움직이는 기둥들이 개츠비의 대저택부터 허름한 주유소까지 60여 차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실물 크기 빈티지카도 2대나 등장해 시선을 압도한다.

개츠비의 ‘마이 그린 라이트’, 데이지의 ‘뷰티풀 리틀 풀’ 등 뛰어난 가창력의 주인공들이 부르는 감미롭고 서정적인 음악도 ‘모든 곡이 킬링 넘버’라고 할 만큼 귀에 착착 감긴다. 찰스턴·스윙·탭댄스가 어우러진 군무와 토니상 수상에 빛나는 의상은 1920년대 뉴욕의 스펙터클 그 자체다. 마치 브로드웨이로 순간이동한 듯한데, 브로드웨이에 갔더니 최고로 화려한 무대를 한국인이 만든 것이더라는 ‘국뽕’도 차오른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사진 오디컴퍼니]
그러나 화려하기만 한 쇼였다면 신춘수의 아메리칸 드림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번쩍이는 황금빛에 둘러싸여 살면서도 바다 건너 그린라이트의 환상에 끝내 닿을 수 없었던 개츠비의 슬픔이 깔려있다. ‘먼짓덩어리’같은 그린라이트를 좇는 슬픈 불나방은 언제 어디에나 있고, 그 생명력을 영리하게 장착한 무대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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