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 딱지 피하려 꼼수... 오늘 떼인 ‘위반 딱지’ 팝니다
딱지 피하려고
딱지를 산다
서울의 대형 아파트 단지에 사는 김모(46)씨는 얼마 전 동네 ‘당근마켓’을 검색하다 황당한 판매 글을 봤다. 불법 주차된 차량에 붙었던 ‘주차 위반 딱지’가 중고 거래 물품으로 올라온 것. 이런 설명 문구가 달려 있었다. “실제 ○○○ 아파트 주민이 주차 질서를 위반하고 주차해 받은 주차 협조문입니다.”

판매자가 제안한 가격은 2만원이었다. 이미 사용된 딱지가 갈 곳은 아마도 쓰레기통뿐일 텐데, 이걸 판다고? 왜 사고파는 걸까.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판매 글 조회 수는 꾸준히 올라갔다. 김씨는 “며칠 뒤에 보니 아예 판매 글이 사라져 있어서 팔렸나 보다 했다”며 “이런 걸 파는 사람이 있다는 데 우선 놀랐고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는 데 한 번 더 놀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씨는 최근 ‘주차 딱지 거래’의 효용에 대해 꽤 합리적인 추론을 하게 됐다. 김씨 아파트 단지의 유명한 ‘주차 빌런(악당)’이 중고 딱지를 사용하고 있는 걸 목격한 것이다. 늘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선이 그어져 있지 않은 자리에 불법 주차를 일삼아 공공의 적이 된 인물이었다. 그는 그날도 버젓이 불법 주차를 한 뒤 노란 딱지를 직접 앞 유리창에 꽂아두고선 유유히 사라졌다. 이 주차 위반 딱지가 며칠 전 당근마켓에 올라왔던 그 거래 품목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누군가 이전에 발급받은 적이 있는 ‘중고 물품’인 것은 분명했다. 이날 이 차량에는 주차 위반 딱지가 더 이상 붙지 않았다. 김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지적받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한 것 같은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차 딱지 재사용’은 나름 꽤 알려진 꼼수라고 한다. 택배나 화물 운송 등 영업 차량 사업자들에게는 특히 주요한 노하우. 아파트 단지나 기관, 대형 빌딩의 관리 주체에 따라 불법 주차 경고문을 아예 강력 접착제로 붙여 놓는 경우가 있어 이런 ‘선방용 장치’를 챙겨 다닌다는 것이다. 딱지에 적힌 날짜까지 따져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하나 챙겨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다는 것. 서울 양천구에 사는 주부 박민정씨는 “강서구에 사는 동생 집에 자주 가는데 매번 ‘세대 방문 신고서’를 발급받는 게 귀찮아서 한번 받은 주차 위반 경고장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유리창에 딱 붙어버린 딱지는 얘기가 다르다. 한 번이라도 차에 붙은 주차 위반 딱지를 제거해 봤다면 이를 말끔히 떼어내기란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고 있을 것. 스티커 타르 제거제와 전용 스크래퍼를 쓰고 에프킬라와 석유, 식초 등을 동원하기도 한다. 아예 전문 세차업제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차에 딱지를 붙였다고 경비원에게 손해배상, 재물 손괴로 소송을 걸었다는 황당한 일이 뉴스가 되는 일도 왕왕 있다. 그런데 재물손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는 법률가들도 있어 고급 차량이 많은 강남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아예 강력 스티커 부착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차 딱지 당근 거래’ 같은 풍속이 이래서 생겨나는 걸 수도. 어쨌든 불법 주차는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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