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건설면허 취소는 임시방편일 뿐

황정일 2025. 8. 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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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경제선임기자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건설을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김해공항의 포화 문제와 안정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문 정부는 2021년 특별법을 제정해 가덕도 신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박차를 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별법 통과 하루 전이었던 2021년 2월 2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신공항 예정지를 찾아 “2030년 이전 완공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건설사만 압박해선 사고 못 막아
적정 공사기간 산정 제도화해야

그러나 당시 국토부는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신공항 사업에 미온적이었다. 이날 청와대와 여당의 예정지 방문은 사실상 국토부를 질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국토부의 입장이 바뀌면서 신공항 건설 사업은 속도를 냈다. 하지만 지금은 멈춰 서 있다.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부지 조성 공사를 맡았던 컨소시엄의 주관사가 현장 정밀 조사를 거쳐 기본설계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사기간(공기) 84개월(7년·2029년 완공)이 너무 짧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육·해상에 걸쳐 건설하는 방식으로,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 난도가 ‘역대급’이다. 육·해상 연약지반의 지지력 차이가 나면 부등침하(不等沈下·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현상)가 생겨 공사 중 혹은 완공 뒤에 초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산을 발파한 후 흙과 돌로 바다를 메우고, 연약지반을 충분히 안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기가 최소 108개월은 돼야 한다는 게 주관사의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애초 제시한 84개월을 고수했다. 그래야 문 정부의 2030년 이전 완공 약속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관사는 공사를 포기했다. 정부는 다른 건설사를 찾아 나섰지만, 대부분의 건설사가 공기 연장 등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여전히 2030년 이전 완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망사고를 낸 건설사를 압박하고 있다. 영업 정지에 이어 건설면허 취소를 검토 중이다. 산업 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책임은 이유 불문 해당 기업에 있다. 특히 건설산업은 재하청 등 불법 하도급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안전관리비 유용이나 안전관리자 상주 미흡 등도 반복되는 문제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올해 건설 현장 사망사고 15건 가운데 7건은 공공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고속국도 14호선 함양~창녕 간 10공구, 신안산선 5-2공구 지하터널 등이 대표적이다. 사망사고 현장 대부분은 공기에 쫓기고 있다. 신안산선은 보상 지연 등으로 시공사 측이 2029년 3월 개통을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28개월이나 앞당겨 내년 말 개통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 공사의 경우 토지보상 지연 등으로 공기가 짧아지기 일쑤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인한 폭우·폭설·폭염, 건설노조를 비롯해 레미콘·시멘트 등 건설 전·후방 산업의 파업도 잦다. 이런 이유 등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 몫이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모든 건설 현장이 돌관공사(突貫工事·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빠르게 하는 공사)를 피해가기 어렵다. 건설 현장의 산업재해가 주로 주말에, 밤에 발생하는 것도 그래서다.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토지보상·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면 중간점검을 통해 적정하게 공기를 조정하는 식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임기 내에’ ‘최대한 빨리’와 같은 치적 쌓기용 무리한 공사 주문이나 공사비를 깎고 보는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황정일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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