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민의 문화 이면] 살과의 전쟁, 쌀과의 전쟁

2025. 8. 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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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
쌀 주식인 한국 밥상문화서
탄수화물 줄이며 체중 감량
문제는 한밤 중 야식의 유혹
일찍 잠들고자 강제 책 읽기
새 습관에 독서 오히려 늘어
책이 잠 이기는 순간 오지만
배고픔이 책 이기는 순간도

운동을 시작한 지 3년이 조금 지났다. 걷기와 근육운동과 스트레칭이 복합된 중강도의 운동을 아침에 1시간 반가량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쉰다. 그러니 한 달에 20일은 운동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3년 동안 몸무게가 5㎏이나 늘었다. 하나도 못 하던 턱걸이를 이제는 열 번을 하니 근육이 늘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 근육 위로 지방도 늘었다.

올여름엔 염증 반응이 많았다. 두 달간 몸이 뜨거워서 고생했다. 하루에 샤워를 몇 차례나 했다. 병원에 가니 갱년기일 수도, 호르몬일 수도 있다고 한다. 결국 내가 바뀌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뛰기 시작했다. 동네 공원을 몇 바퀴씩 뛰는데 무릎이 아프다. 10월에 10㎞ 마라톤 대회를 신청해 두었는데 이제는 별수가 없다. 살을 빼야겠다.

친한 출판사 대표가 최근 탄수화물 조절로 5㎏을 뺐다. 일주일에 5일을 술을 마시는데 살이 빠지는 게 신기했다. 옆에서 보니 식사량은 평소처럼 하되 탄수화물만 대폭 30%로 낮추는 방식이었다. 안주를 영악하게 골라 먹으며 일주일에 5일을 술을 마시는데도 살이 빠졌다. 쌀과 밀가루가 얼마나 체중의 적인지 알 수 있었다.

나도 평소의 절반 정도로 탄수화물을 줄였다. 복근운동도 시작해 보름 정도를 했더니 3~4㎏이 빠졌다. 유동성이 큰 부분이 타서 날아간 것이다. 이제 진짜 살을 빼야 한다. 몸도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는데 그 구간을 잘 버티면 될 것이다.

아무튼 탄수화물이 관건이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쌀의 위대함이야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정착과 인구 증가가 모두 쌀 덕분이다. 쌀밥을 수북이 떠서 먹고 고된 노동을 견딘 조상들의 삶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고효율의 에너지원인지 알 수 있다. 물론 그게 보리쌀인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사실 동아시아 미식의 원천도 쌀이다. 추운 극지방이나 몽골 같은 곳에선 고기를 삶고 굽는 것이 식생활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서양도 동아시아에 비해 음식 종수가 확연히 적다. 육류와 빵, 감자가 주식인 서양은 요리들이 단순하다. 반면 중국을 보면 엄청나게 화려하고 다양하다. 이유는 쌀밥 때문이다. 어떤 요리가 밥과 어울릴까 궁리를 하기 때문에 맵고, 짜고, 진한 요리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뭘 하든 밥이 중화시켜 주고 맛을 보장해준다. 사실 음식 맛보다 밥맛이 더 중요하다. 윤기가 흐르고 가장자리가 투명하고 찰기가 있는 쌀은 맛없는 반찬과 먹어도 식사 시간을 즐겁게 한다.

맵고, 짜고, 진한 것은 그래서 밥을 부르는 음식들이다.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밥과 반찬의 앙상블을 멀리해야 한다. 닭가슴살과 채소 샐러드 위주로 먹으면 간단하다. 하지만 밥에 중독된 한국 사람들에게 이것보다 힘든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밥에 종속된 자신을 인정하고, 밥의 지배를 절대왕정에서 봉건정으로 낮추는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탄수화물 비중을 낮추는 온갖 방법이 유튜브에 다 나와 있다. 방법은 많지만 내 몸에 맞아야 내 옷이다. 나는 반찬과 국물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쓴다. 청국장이 가장 좋다. 몸에도 좋고 포만감도 든다. 밥보다 청국장을 먼저 먹다보면 어느새 배가 부르고 자연스럽게 밥을 남기게 된다. 이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하다보면 위도 줄어들어서 전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밤이다. 밤에 일찍 자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10시를 넘기면 온갖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고 머리에서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박차고 일어나서 주방으로 간다. 이 악순환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10시 전에 자는 것이다. 이 패턴에 도움을 주는 것은 단연코 책이다. 책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잠을 부른다. 8시 정도부터 읽기 시작하면 10시 전에는 반드시 졸음이 온다. 책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는 건 정말 출판인으로서 할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패턴을 취한 뒤부터 독서량도 늘었다. 간혹, 미친 듯이 빠져드는 책을 만날 때도 있다. 잠이 달아난다. 책이 잠을 이긴 것이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새벽 늦도록 읽다가 배가 고프면 좀 먹을 수밖에. 다 먹자고 하는 일 아닌가 하면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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