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스타] ‘전국대회 데뷔전 18K 무실점!’ 장안고 새내기 김강연 "20탈삼진 욕심난다"
"'1이닝이라도 막자' 했는데 동료들 응원 덕에 호투"
친형 김휘연은 1이닝 무실점으로 1-0 승리 합작
"다음 경기 동생 없지만, 변화구로 승부 보겠다"

'8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8탈심진'. 올 시즌 프로야구판을 흔들고 있는 코디 폰세(한화)의 기록이 아니다. 고교 1학년생, 그것도 전국대회 첫 경기에 나선 '생짜 신인'이 받아든 성적표다.
주인공은 장안고 투수 김강연이다. 그는 14일 서울 구의구장에서 열린 제5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대구상원고전에 선발 등판해 1일 최다 투구 수(105개)를 꽉 채우며 팀의 1-0 승리를 견인했다. 투구 수 제한이 없었다면 완봉승도 노려볼 만한 상황이었다.
혜성같이 등장한 괴물 신인이지만, 김강연의 말투에는 겸손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15일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전국대회 첫 경기다 보니 18탈삼진은 고사하고 '1이닝이라도 막아보자'는 생각뿐이었다"며 "그런데 한 회, 한 회 최선을 다해 던지다 보니 어느새 결과물이 쌓여 있더라. 처음 겪어 본 일이라 얼떨떨했지만, 동시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결과론적으로 엄청난 기록의 주인공이 됐지만, 경기 시작 전까진 분명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봉황대기는 한 번의 패배가 곧바로 탈락으로 이어지는 대회다. 첫 경기 선발투수라는 보직은 1학년 신입생이 감당하기엔 벅찬 자리였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의연했다. 김강연은 "감독님이 연습경기 때 나를 몇 차례 선발투수로 기용하셨는데, 그때부터 (봉황대기 첫 경기 선발등판) 시그널을 보내시는 거라고 알아챘다"며 어느 정도 예견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막상 경기 당일 오전에 라인업을 보니 엄청 떨리더라"며 웃은 뒤 "경기 시작 전 형들이 자신감을 가지라고 응원해줬고, 경기 중에는 코치님이 '매 이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져라'라고 조언해주셨다. 이런 말들이 큰 힘이 됐다"고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강연이 기록한 18탈삼진은 1979년 대구상고의 권기홍(6월 21~22일 청룡기 상문고전 연장 23이닝 완투)이 세운 전국대회 최다 탈삼진(28K) 기록에는 못 미치지만, 대선배인 최동원(경남고·1976년 6월 18일 청룡기 군산상고전) 임선동(휘문고·1991년 5월 1일 대통령배 대전고전) 류제국(덕수정보고·2001년 5월 28일 청룡기 경기고전)의 20탈삼진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당시에는 투구 수 제한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강연이 받아든 성적표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김강연은 선배들의 기록을 전해 들은 뒤 "20탈삼진 욕심이 난다"며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탈삼진 숫자만큼이나 눈에 띄는 기록은 무사사구다. 그는 이날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하나도 내주지 않을 만큼 정교한 제구력을 뽐냈다. 김강연은 "중학교 코치님이 제구에 신경을 많이 쓰신 분이라 일찍부터 영점을 잡았다"며 "지금도 제구에는 자신이 있다. 평소에도 볼넷을 거의 안 주는 유형"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었다. 김강연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친형 김휘연(3년)이 구원투수로 올라와 1이닝 무실점으로 동생의 승리를 지켰다. 김강연은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형이 '첫 대회인데 잘 던졌다'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며 "이어 '내가 잘 막아주겠다'고 자신 있게 말해서 형만 믿었다"고 전했다. 리틀야구를 함께 시작(김휘연 초등학교 6학년·김강연 4학년)한 이후 늘 같은 길을 걸어왔던 둘 사이의 강한 유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실제로 김휘연 역시 동생과 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호투했다. 그러나 작은 위기도 있었다. 2사 이후 볼넷을 내주며 동점 주자를 출루시켰다. 김강연은 "속으로 '제발 막아달라'고 기도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형은 담담했다. 김휘연은 "투아웃 이후 너무 힘이 들어가다 보니 볼넷이 나왔는데, 평소 제구에 자신이 있어서 출루를 허용해도 흔들리지 않았다"며 "야수들을 믿고 마지막 타자를 상대했다"고 설명했다.
강한 인상을 남긴 '형제의 역투'는 다음 경기인 18일 청담고전에서는 볼 수 없다. 김강연이 의무휴식일(105구 투구 시 4일)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휘연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킬 예정이다. 그는 "나는 동생과 달리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는 구원투수"라며 "주특기인 변화구와 제구를 활용해 승부를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강연은 "형들과 친구들이 반드시 다음 경기를 이겨줄 것이라 믿는다"며 "그렇게 되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라 내 공을 뿌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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