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 픽!] 고용시장 대전환시대 AI가 위협하는 직종은?

미국과 중국 등 첨단산업 첨병에 있는 국가간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AI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는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 및 대체 등 일자리 지형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AI는 모든 산업을 망라해 활용할 수 있는 일반 목적 기술이고, 기계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직업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효과적인 정책 마련 및 대응에 필수적인 상황이다. 다만 인공지능에 대한 업계별 시각은 상이하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2일 ‘인공지능 시대, 고용 정책의 방향성 - 직업별 고용 효과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직업별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의 고용 증가율은 양으로 나타나고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의 고용 증가율은 음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오히려 농업과 서비스업 등 값싼 노동력을 요하는 일에는 큰 영향이 없고 오히려 전문적 지식을 활용해야하는 첨단산업에 대한 일자리를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연구직, 사무직, 교육직, 법률직, 사회복지·종교직 AI로 고용률 상승?
산업연구원은 직업별 AI 노출도(AI Occupational Exposure·이하 AIOE)에 따라 고용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국내 자료인 한국직업정보 재직자조사를 활용해 노출도를 조사했다. AIOE는 AI 기술이 직업 내 여러 과업을 수행하는 데 갖는 잠재적 영향력 혹은 잠재적 활용 정도를 나타낸다.

그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원, 고위공무원 및 기업고위임원, 행정·경영·금융·보험 관리자, 법률·회계·세무·경영·인사 전문가, 대학교수 및 강사 등으로 주로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필요한 직종이었다. 반면,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은 농·어업 종사자, 생산기계 조작원, 건축 마감 기능원, 기계·설비 조작원, 가구·목제품 제조·수리원, 기계장비 설치·정비원 등으로 주로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불필요하고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는 직업으로 나타났다.
또 AI 노출도 상위 직업의 경우 인지능력이 중요하게 나타난 반면, AI 노출 하위 직업은 신체능력이나 감각 능력 등 비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AI가 각 직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고용 행정보험 DB를 활용,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피보험자와 사업장 자료를 병합해 분석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분석 결과에 따르면 AI 노출도와 직업별 고용 효과 사이에 뚜렷한 선형성이 존재하는데,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의 고용이 증가하고 AI 노출도가 낮은 직업의 고용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AI로 인해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 차별·선별적 정책 마련과 AI와 노동시장 관련 통계의 정기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원은 “AI 기술로 인한 대체는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충격이므로 정책을 활용해 완화해야한다”며 “예를들어 직업 전환에 소요되는 기간이 긴 점을 고려해 실업 급여 확대(수급 기간 연장 혹은 금액 확대) 등 AI 대체 위험 직종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핵심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 인재를 적극 유치하는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 AI와 보완성이 높은 인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전문 인력 특화 비자 및 글로벌 AI 연구자 대상 교환 프로그램 신설 및 확대를 통해 단기적으로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 AI로 미국 컴퓨터전공자들 실업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미국 대학가에서 10여 년 전부터 코딩 교육 붐을 타고 컴퓨터 관련 학과 전공자들이 쏟아져나왔지만 요즘은 AI의 일자리 대체 탓에 구직난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어릴때부터 코딩 등을 배우면 억대 연봉자가 될 것이라 믿고 컴퓨터 관련학과를 전공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미국 청년들을 조명했다. 2010년 초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 등 억만장자와 테크 기업 임원들, 심지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딩 교육을 장려했다.
앱 개발 분야에서 일할 기회에 경제적 보상까지 주어지자 컴퓨터 관련 교육은 단박에 ‘붐’을 일으켰다.
비영리기구 컴퓨팅연구협회(CR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 학부 과정의 컴퓨터 분야 전공자 수는 17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의 갑절 이상이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코딩 전공자들이 구직난을 겪고 있다. 최신 AI는 수천 행의 컴퓨터 코드를 순식간에 생성해낼 수 있어 기업이 신규 개발자를 채용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여기에 아마존·인텔·메타·MS 등 테크 거물들이 단행한 대규모 감원도 컴퓨터를 전공한 청년들의 구직에 타격을 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는 컴퓨터과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22∼27세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각각 6.1%와 7.5%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생물학이나 미술사 전공자들의 실업률 3%의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연방정부 축소와 고용 동결 여파로 일자리를 얻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
■ 정부 AI 인재육성 박차

AI가 일자리뿐만 아니라 산업지도도 바꾸는 상황에서 정부는 관련 인재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4일 “인공지능(AI)의 근간이 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토대로 AI 활용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며 인공지능 전환(AX)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배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서 AX 인재 양성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배 장관은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AI 시대”라며 “AI로 인해 많은 소프트웨어 기술이 대체된다고 하지만 전문가인 사람들이 직접 해야 하는 영역들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기부는 2030년까지 AX 대학을 15개 설립하고 AI 중심 대학을 현재 10개 수준에서 30개 대학원으로 확장하려고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AX 양성을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릴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디지털·인공지능(AI) 지원을 가속화 하고 있다. 중기부는 ‘스마트제조 전문기업 지정’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스마트공장 등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역량이 있는 공급기업을 발굴·지정하고, 글로벌 수준의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제조AI기술 공급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중소제조업 데이터 수집 및 AI 기술 적용 확대, 제조 현장 경험을 갖춘 AI 전문인력 양성을 정부에 건의했다.
한성숙 장관은 지난 14일 정책 현장투어로 서울 금천구 편직의류 가공업체 아이디모드를 방문해 “중소 제조기업에서 디지털 전환 성과가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스마트제조 공급기업 육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제도적·법률적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소제조업의 디지털 및 인공지능 전환을 가속화 하겠다”고 말했다.김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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