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그물 위에 핀 플라멩코.. ‘I SEA U’, 바다가 인간을 바라본다면
8월 16~31일, 대정남영에듀클래스 유휴공간에서

#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번져옵니다.
무대 한가운데, 햇빛에 바랜 녹색 폐그물이 조명에 물결치듯 흔들립니다.
그 옆에서 플라멩코 무용수가 기타의 낮고 깊은 울림에 맞춰 발을 구르자, 바닥이 잔물결로 진동합니다.
플라스틱 파편은 조명 아래 반짝이며 허공에 파도거품을 흩날립니다.
순간 이 작은 전시장은 바닷속 깊이 잠긴 듯 빛과 소리, 바닷내음이 뒤섞입니다.
그물망 위로 발걸음이 스치며 부서지는 감촉이 전해지고, 조형물 틈새로 빛이 헤집고 들어와 표면을 어루만집니다.
바람에 흔들린 알갱이들이 내는 미세한 울림에 귀가 간지럽습니다.
눈에 남는 건 화려한 장면이 아닌, 몸 그리고 감각 속에 길게 스며드는 이 여운입니다.
우리가 잊었던 관계를 다시 잇는 느린 파도이자 앞으로 이어질 예술적 대화의 서막입니다.

‘2025 1st 아트매핑: I SEA U – 너를 보다, 바다’ 전이 16일부터 31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대정남영에듀클래스 유휴공간에서 관객을 맞이합니다.
제주 서귀포 대정의 한 유휴공간이, ‘모다드로’와 청소년 환경단체 ‘세이브제주바다 유스클럽’의 손끝에서 해양 예술 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버려진 자원을 예술로 되살려, 관객을 ‘바다의 시선’ 속에 세우는 실험을 만납니다.
■ 바다, 관객을 응시하다
전시는 경관 재현에서 확장한, 시선의 방향 자체를 뒤집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장영 대표는 “바다는 오래 전부터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시선을 외면했다”며, 이번 전시가 “관객이 바다의 눈길을 직접 마주하고 관계를 다시 성찰하도록 기획했다”고 취지를 전했습니다.
폐그물, 부서진 어구, 햇볕에 그을린 플라스틱 조각들은 바다가 인간에게 띄운 오래된 편지인듯 작품 속에 새겨집니다.
관객들 각각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바라보이는’ 존재로 전환되며, 관계의 무게를 온몸으로 체감하게 됩니다.

■ 청소년과 예술가가 함께 건져 올린 ‘바다의 초상’
작품의 시작점은 바닷가입니다.
‘모다드로’와 청소년들이 해안에서 폐자원을 수거해 엮고 다듬었습니다. 손바닥에 남은 거친 그물의 결, 손끝에 스민 소금기, 모래와 섞인 기름 냄새가 그대로 조형물에 스며 있습니다.
6차례의 환경예술워크숍에서 청소년들은 보조자로서가 아니라 창작자로 섰습니다.
무대 설치, 퍼포먼스 준비, 설치미술 제작까지 전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이 과정은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참여형 예술(Participatory Art)’의 전형으로 사물(object) 중심의 전시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시각과 의식을 이끌어내자는 구조입니다.
■ 공연과 설치, 파도의 언어를 무대 위로
전시는 시각적 감상에서 영역을 더 넓혔습니다.
주말마다 이어지는 업사이클 비즈공예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 그리고 23일 메인 이벤트 ‘예술잔치’에서는 플라멩코, 라이브 음악, 퍼포먼스 아트가 폐자원 조형물 사이에서 어우러집니다.
무대와 설치물은 서로의 악기이자 배경이 되어, 바다의 감각을 관객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 예술, 바다를 ‘구경’에서 ‘대화’로
‘I SEA U’는 바다를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스스로 의견과 시선을 가진 존재, 즉 비인간 주체(Non-Human Agency)로 설정합니다.
이는 포스트휴머니즘이 제기하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이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관객은 전시장에서 ‘환경 보호’라는 구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합니다.
“나는 바다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나.”
그 질문은 바닷속에서 건져 올린 잔해를 쓰레기로서만 아니라,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의 대화 상대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 ‘모다드로’, 제주에서 시작된 ‘예술 유랑’
‘모다드로’는 제주어 ‘모다드렁(모두 다 같이)’과 길(路)을 합친 이름입니다.
제주를 비롯해 전국 곳곳을 유랑하며 유랑전시, 플로깅, 환경예술잔치 등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장영 대표는 “이번 아트매핑은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고, 관객이 직접 환경과 예술의 메시지를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제주를 넘어 더 멀리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관람은 주말과 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귀포 대정남영에듀클래스 유휴공간에서 가능합니다.
카카오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제주 임팩트 챌린지(JIC)’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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