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 이진욱, 냉정함으로 열고 온기로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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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훈은 흔히 말하는 '좋은 상사'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다.
냉정한 시선과 절제된 말투를 가진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이진욱이 배우로서 쌓아온 디테일 덕분이다.
묘하게 설득력을 주는 중저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시선, 표정과 행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어우러져 단순히 차갑기만 한 인물에 묘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진욱이 쌓아올린 윤석훈의 서사는, 냉철함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결을 탐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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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박현민(대중문화 평론가)

"죄송합니다는 요즘 신입들 유행어입니까?"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극본 박미현, 연출 김재홍, 이하 '에스콰이어) 속 윤석훈 팀장(이진욱)의 말투는 늘 직선적이다. 시간과 원칙 앞에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고, 불필요한 사교나 정치적 계산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단호함 뒤에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정론이 있고, 냉정하면서도 이상하게 설득되는,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유니콘 같은 상사. 첫 회 시청률 3%대에서 단 4회 만에 8%대로 치솟은 이 드라마에서, 이 '비현실적 상사'를 현실처럼 납득시키는 건 오롯이 배우 이진욱의 몫이다.
윤석훈은 흔히 말하는 '좋은 상사'의 틀에 들어맞지 않는다. 신입들에게 친절하지도, 실수를 감싸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처음엔 "왜 저래?"라는 반감이 먼저일 수 있다. 그러나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명확하고, 불필요한 말 대신 결과로 답한다. 냉정한 시선과 절제된 말투를 가진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이진욱이 배우로서 쌓아온 디테일 덕분이다. 묘하게 설득력을 주는 중저음,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시선, 표정과 행동의 미세한 입자들이 어우러져 단순히 차갑기만 한 인물에 묘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느 순간, 반감을 거두고 그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이 변화를 가능하게 한 건 이진욱의 폭넓은 필모그래피다.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그는 비현실적 비주얼의 주인공으로 강렬히 각인됐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의 등장신에서도 그 장점은 여전히 빛났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보이스'의 도강우, '스위트홈'의 편상욱, '나의 해리에게'의 정현오, '오징어 게임'의 박경석 등 서로 다른 장르와 결의 캐릭터를 꾸준히 소화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까칠함, 다혈질, 반듯한 외면 속 숨겨진 사연, 부성애까지, 이전 캐릭터에서 축적된 결들이 윤석훈 안에서 응축돼 빛을 발한다.
윤석훈은 매 사건마다 다른 얼굴을 꺼내든다. 철두철미한 전략가에서 의뢰인의 마음을 읽는 조력자로, 때로는 불의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승부사로 변주된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정이 교차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다. 그래서 그의 냉정함은 단순한 차가움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필요한 순간에 드러나는 따뜻한 진심,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된 깊은 시선이 겹쳐져 인물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입체감을 더한다. 복잡한 법률 용어를 리듬감 있게 소화하는 대사, 사건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선, 표정의 미세한 변화까지. 이진욱은 이런 모든 결을 조율하며 시청자의 몰입을 끝까지 붙잡는다.

단단한 껍질 속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사연이 남아 있다. 원칙을 최우선에 두는 태도,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는 발언의 이면에는 과거의 상처가 겹겹이 쌓여 있다. 개인적인 고통을 드러내지 않는 대신, 그는 사건과 의뢰인을 대할 때 더욱 치열해진다. 그 무게감이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만들고, 시청자가 서서히 그를 이해하게 하는 힘이 된다. 회차를 거듭하며 드러나는 과거의 흔적은 앞으로의 선택과 행동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증을 키운다. 이진욱이 쌓아올린 윤석훈의 서사는, 냉철함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결을 탐구하게 만든다.
데뷔 초 '비현실적 비주얼'로 각인됐던 그는 이제,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거치며 자신만의 색을 깊게 물들인 배우로 거듭났다. '에스콰이어' 속 윤석훈은 그 여정의 현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외형의 강렬함에 내면의 결을 차곡히 쌓아 올린 연기, 냉정함과 온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폭, 사건마다 달라지는 온도의 대사와 표정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성된 캐릭터로 응집됐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를 단순히 잘생긴 외모의 배우로만 기억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으로, 이진욱은 화면을 장악하는 힘과 서사를 설득시키는 깊이를 동시에 지닌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박현민(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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