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만든 K콘텐츠 이제 안 통한다"…'넥스트 K' 전략은 [광복 80년, K도약 리포트]
해외 합작하고 넷플릭스 의존 낮춰야
K문학, 독자층 다변화·담론 형성해야

영화와 드라마, K팝, 문학, 공연, 애니메이션까지. K컬처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제 관심은 정상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를 수 있느냐다. 실제로 K컬처 대세론만큼이나 위기론이 끈질기다. K컬처의 성취를 잇는 '넥스트 K'를 위한 과제와 전략이 필요하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 곽현주 한국문학번역원 번역교육본부장,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연구센터 센터장(가나다 순)에게 자문을 구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아닌 '메이드 위드 코리아'
전문가들은 한국 콘텐츠가 신선함으로 승부를 볼 단계는 지났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K컬처가 글로벌 표준이 되기 위해서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송 센터장은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제목을 국가마다 달리했듯이 자막이나 더빙 등 가장 기본적인 수단부터 글로벌 이용자에게 문화적 장벽을 최소화하고 몰입을 이끌어내려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의 또 다른 방식은 해당 국가의 제작진과 출연진의 협업이다. 송 센터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만 봐도 한국계 제작진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런 디테일이 나올 수 없다"며 "현지의 언어나 문화를 이해하는 제작진을 참여시키거나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와 출연진을 통해서 글로벌 이용자의 관심도와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기업)이 한국의 스토리를 만들어 수출한다는 K콘텐츠의 개념은 깨지고 있다"며 "K콘텐츠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위드 코리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도 "한류 핵심 소비 지역인 동남아에서 중국의 콘텐츠 자본이 활발하게 투자되고 공동 제작도 이뤄지고 있는데, 정작 이들 국가가 협력하고 싶어 하는 건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한국"이라며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 주며 협력해 나간다면 한류가 계속 확장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의존도 낮춰야"

산업 구조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시급하다.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 유통망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제작사의 협상력은 떨어지고 제작 환경은 악화하는 실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처럼 플랫폼이 콘텐츠의 IP(지적재산권)를 소유해 창작자는 별다른 콘텐츠 파생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지적된다.
고 교수는 "K콘텐츠 생산자들이 투여한 노력과 자원, 역량 대비 넷플릭스나 유튜브가 가져가는 이익이 훨씬 크다"며 "한류가 자칫하면 외화내빈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투자 재원, 제작 역량, 유통 네트워크까지 국내 콘텐츠 생태계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센터장도 "해외 시장에서 거둔 K콘텐츠의 성과가 산업 내부로 환류가 잘 되지 않는다"며 "슈퍼 IP를 확보해 콘텐츠 가치를 확장하고, 기획 단계부터 다른 산업과 연계해 파급 효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문학, 두터운 독자층 확보 우선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쾌거는 K문학의 해외 시장 진출 포문을 열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번역원의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 문학 도서의 지난해 해외 판매량이 약 120만 부로 전년(52만 부)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발판으로 K문학이 성장하려면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독자층을 형성하기 위해 번역원은 내년부터 번역 아카데미에서 교육 중인 7개 언어(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 러시아어)에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3개 언어를 추가한다. 번역 인력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27년 9월 개교를 목표로 한국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도 추진 중이다.
곽 본부장은 "아카데미가 학위 과정이 아니다 보니 그동안 학생들의 비자 발급 문제 등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졸업생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전문 번역가는 물론, 한국 문학의 교수자나 연구자, 문화 교류 기획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질적 성장도 장기 과제다. 곽 본부장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에 깊이 뿌리내리려면 해외 학회에서 자주 다뤄지는 등 한국 문학 담론이 형성돼야 한다"며 "고전, 근대, 여성, 판타지, 시, 비평 등 다양한 시대와 주제, 장르별로 기획 번역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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