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취재를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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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자 신청은 거부됐습니다."
한달 전쯤 이란 취재비자를 신청했다가 21일만에 받은 이메일이다.
사전에 허가받은 극소수만 군인의 호위 속에 가자지구에 다녀올 수 있는데 동선도 제한되고 주민과의 대화도 금지돼서 실질적인 취재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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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5/yonhap/20250815070818355bsfu.jpg)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당신의 비자 신청은 거부됐습니다."
한달 전쯤 이란 취재비자를 신청했다가 21일만에 받은 이메일이다. 거부 사유란에는 다른 설명 없이 '거부'(reject)이라고만 반복해 적혔다.
12일에 걸쳐 이스라엘과 미국의 고강도 폭격에 큰 피해를 보고, 모사드의 공작에 안방까지 뚫린 이란이 외부인에 경계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분쟁지역 취재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늘 방법은 있었다. 육로로 들어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는 외신기자들이 즐비했고, 복잡한 보안 절차를 거쳐야 했던 레바논 베이루트도 현장 취재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란 테헤란도 작년 6월 대선 때는 동양인 기자에게 친절했다.
지금 중동에서, 전세계에서 언론이 접근하기 가장 어려운 또 한곳은 가자지구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22개월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외신의 자유로운 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사전에 허가받은 극소수만 군인의 호위 속에 가자지구에 다녀올 수 있는데 동선도 제한되고 주민과의 대화도 금지돼서 실질적인 취재는 불가능하다.
이스라엘 매체마저 "이런 통제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가 전시에 언론 접근을 처리하는 방식과 대조된다"(타임스오브이스라엘)며 시리아 내전, 체첸 전쟁, 로힝야족 탄압 등 국면에서 각국 권위주의 정부들이 취했던 조치에 비교할 정도다.
눈과 귀가 오랫동안 막히니 부작용이 커졌다.
얼마 전부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과장하는 허위 보도와 선전전이 난무한다는 주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수정 사례가 기폭제가 된 듯한 모습이다. 지난달 25일 NYT는 가자지구의 생후 18개월짜리 아기가 영양실조에 걸렸다며 1면에 사진을 게재했는데, 실제로는 이 아기가 외모에 영향을 주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기사에 붙은 설명도 수정된 것이다.
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아미르 오하나 의회(크네세트) 의장 등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가짜 뉴스'로 지목하며 여론전을 펴는 대표적 사례가 됐지만, NYT가 팩트체크에 실패한 근본적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집계하는 사상자 수치도, 이스라엘군이 발표하는 전투 성과도 검증 없이 보도되기는 마찬가지다. 객관적 관찰자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AFP, AP, 로이터 등 주요 뉴스통신사와 영국 BBC 방송은 이스라엘 당국이 외신 기자들의 가자지구 출입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외신기자협회(FPA)는 가자지구를 언론에 개방하라는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현장에는 가자지구에서 거주하며 프리랜서나 외신 통신원으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언론인들 뿐이고, 이스라엘은 이들을 하마스에 연계된 테러리스트로 의심한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에서 192명의 기자가 사망했다.
올해 1월 필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살육했던 상흔이 그대로 남은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를 다녀왔다. 하지만 그곳에서 직선거리로 4㎞, 걸어서 수십 분밖에 안 걸리는 가자지구 땅은 밟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지난 10일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외국 기자들을, 더 많은 외국 기자들을, 아주 많이 (가자지구로) 데려오라고 군에 명령했다"며 "여러분이 직접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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