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이 세웠기 때문일까, 방치된 항일 독립운동 군사학교 ‘천녕사’

이준희 기자 2025. 8. 1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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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난징 황룡산 기슭에는 사찰이 하나 있다.

'천녕사'라 불렸던 이곳에서 1935년 독립운동 군사교육 기관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3기생이 훈련을 받았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난징 지역 내 주요 독립운동 사적지로 꼽혀왔지만, 광복 80돌을 맞은 지금까지도 한·중 정부 모두 시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는 만주·상하이 사변으로 중국 내 항일투쟁 노선이 갈림길에 선 1932년 7월 김원봉이 장제스의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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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난징 황룡산 기슭에 있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훈련소. 낡은 건물 위에 ‘천녕사’라는 현판이 남아 있다.

중국 장쑤성 난징 황룡산 기슭에는 사찰이 하나 있다. ‘천녕사’라 불렸던 이곳에서 1935년 독립운동 군사교육 기관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3기생이 훈련을 받았다. 1930년대 독립운동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사적지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난징 지역 내 주요 독립운동 사적지로 꼽혀왔지만, 광복 80돌을 맞은 지금까지도 한·중 정부 모두 시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는 만주·상하이 사변으로 중국 내 항일투쟁 노선이 갈림길에 선 1932년 7월 김원봉이 장제스의 지원을 받아 설립했다. 정식 명칭은 ‘중국 국민정부 군사위원회 간부훈련반 제6대’다. 정치·군사·한국사·한글을 가르쳤고, 일제 관공서 파괴, 기습, 유격전 등을 교육했다. 이육사, 정율성, 윤세주 등이 이 학교에서 공부했고, 1932~1935년 졸업생 125명을 배출했다. 독립운동가이자 김원봉의 부인 박차정이 교관을 맡았으며, 조종사 권기옥이 학생 모집원을 하기도 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일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시민모임 독립’ 답사단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천녕사에 가려면 산을 10여분 올라야 하는데, 산길로 향하는 통로가 막혀 있어 동네 주민 도움을 받아 자물쇠를 풀고 들어갔다. 오랜 시간 방치된 탓인지 폭우로 나무가 쓰러져 진로를 막고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안내문이나 표지판도 없어, 앞서 방문했던 다른 답사단이 나무에 남긴 리본만이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중국 장쑤성 난징 황룡산 기슭에 있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훈련소. 풀들이 아무렇게나 자란 채 방치돼 있다.
중국 장쑤성 난징 황룡산 기슭에 있는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훈련소에 있는 한 건물. 각종 제기가 눈에 띈다.

어렵사리 도착한 천녕사는 폐허처럼 보였다. 곳곳에 풀이 자랐고 향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숙소나 교실로 썼을 듯 보이는 건물 안에는 독립운동과 학교에 대한 설명 대신 도교 의례에 썼을 법한 제기 등이 가득 차 있었다. 전북 남원에서 답사를 온 홍송화(25)씨는 “관리를 안 해서 너무 날것 그 자체라 마음이 안 좋다”며 “ 버려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국가보훈부는 “해당 국가 및 지방 정부 협조를 통해 (관리 등을) 진행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내 다른 독립운동 사적지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했다. 저장성 자싱 한국 임시정부 요인 거주지는 자싱시가 1995년 자체 보수공사를 해 기념관을 열었다. 2001년에는 독립기념관과 자싱시가 공동으로 전시 보수를 진행했다. 이곳은 자싱 김구 피난처와 함께 자싱시문물보호단위(2000년 5월)와 저장성문물보호단위(2005년 3월)로 지정됐다.

중국 저장성 자싱에 있는 한국 임시정부 요인 거주지.

일각에서는 광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 공원 관련 논란처럼 김원봉에 대한 색깔론 때문에 간부학교 훈련소가 방치돼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덕진 시민모임 독립 대표는 “김원봉은 남과 북이 모두 버린 독립운동가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나 난징시가 먼저 나서 주요 시설물 등으로 지정해 관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독립운동가 서훈을 하는 등 한국에서도 김원봉의 독립운동을 선양한다는 것을 우리 정부가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난징·자싱/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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