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싸이가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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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천변만화하는 묘술을 부려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생각의 길을 텄다. (뮤직비디오 장면은) 버스 안에서 화장실까지, 목욕탕에서 가랑이 밑까지 예정조화(예측한 대로 일이 벌어지는 것)를 철저히 거부한다." 싸이 섭외가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박근혜 정부가 이만큼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해석되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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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하이라이트는 싸이의 축하공연이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휩쓸 때였다. “에~ 섹시 레이디~ 가렸지만 웬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보수 극단에 있는 여성 대통령 취임식에 이런 노래가 울려 퍼진 것이 파격 같기도, 부조화 같기도 했다.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노랫말이 예언이 된 듯, 박근혜 정부는 갈 데까지 가고 말았지만.
□ 싸이는 B급 문화 코드를 창발적으로 포장해 주류를 점령한 혁신 아이콘이었다. 노마 히데키 전 일본 도쿄외국어대 교수는 저서 ‘K-팝 원론’에서 이렇게 분석한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서 천변만화하는 묘술을 부려 음악은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생각의 길을 텄다. (뮤직비디오 장면은) 버스 안에서 화장실까지, 목욕탕에서 가랑이 밑까지 예정조화(예측한 대로 일이 벌어지는 것)를 철저히 거부한다.” 싸이 섭외가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박근혜 정부가 이만큼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해석되기도 한 이유다.
□ 이후 정권마다 싸이를 불러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박근혜 정부), 2018년 70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전야 행사(문재인 정부), 2023년 부산 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윤석열 정부)까지. 이재명 정부 행사인 14일 ‘광복 80년 전야제’도 싸이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행사를 기획한 탁현민 국회의장 행사기획자문관은 "출연료도 받지 않겠다고 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며 섭외 뒷얘기를 들려줬다. 노동권을 중시한다는 정부가 임의로 출연료를 주지 않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 “오늘만큼은 싸우지 말고 다 같이 행복하게 광복을 축하하자"는 것이 탁 자문관의 행사 콘셉트. 신나는 퍼포먼스를 싸이에게 맡겼다는 뜻일 터. 그런데도 “왜 또 싸이?”라는 반응이 SNS에서 나오는 데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노마 교수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K팝이 계속 성장하려면) 사상과 감성을 더 날카롭게 다듬어야 한다. 아티스트의 매력과 팬덤에 기대고만 있어선 안 된다. (...) 상상력의 빈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작품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상상력이다.” K팝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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