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에… 매일 터지는 '허위 폭탄 테러'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적용, 처벌 약해
공중협박죄 신설에도… 범행은 계속
"민사 손해배상·형법 개정 검토해야"

이달 5일부터 13일까지 전국 백화점, 에버랜드, 올림픽체조경기장(KSPO DOME) 등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 협박이 하루에 한 건꼴로 이어졌다. 일본 변호사 명의를 도용한 테러 협박도 2년간 44건 접수된 걸로 드러나 경찰이 국제 공조 수사에 나섰다. 최대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인 허위 폭발물 협박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법 공백으로 형량 낮아

14일 한국일보가 판결문 검색 플랫폼 '엘박스'를 통해 '허위 폭발물' '허위 폭탄' '허위 테러' '허위 폭파' 등 키워드로 최근 5년간 판결문 30건을 분석해보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15건으로 절반이었고 벌금형과 벌금형 집행유예도 각각 3건, 1건이었다. 11건(36.7%)의 실형 중 징역 2년 이상이 선고된 건 사기나 특수강도 등 다른 혐의가 함께 적용된 2건뿐이었다.
A씨는 잠실종합운동장에 자살 테러용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 글을 온라인에 게시해 경찰특공대 10명과 관할 경찰관 15명, 관할 소방관 수십 명을 출동시켜 2, 3시간에 걸쳐 수색하게 했지만 벌금 500만 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2년간 집행이 유예됐다. 충남대 도서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 글을 올린 B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됐다. 반성하고 있고 초범이라는 이유였다.
낮은 처벌이 반복된 원인 중 하나로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30건 모두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데 피의자가 고의적으로 경찰 업무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또 공중을 대상으로 한 협박이라는 죄질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중협박죄 신설에도 협박 계속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올해 3월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공연히 협박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총 72건의 사건이 접수돼 48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37명(약 77.1%)이 검찰에 넘겨졌는데 이 중 4명(8.3%)이 구속됐다.
그러나 공중협박죄 시행 이후에도 허위 폭발물 협박이 끊이지 않으면서 경찰력 낭비와 시민 불편이 심각하다. 경찰특공대 업무를 담당하는 한 지방청 관계자는 "계속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인력이 분산돼 정작 필요한 때 전력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며 "관계 기관·관공서·민간 등에서 영업 손실을 이유로 '꼭 대피해야 하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박 대상이 된 단체나 기업의 고충도 크다. KSPO DOME을 운영하는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는 "2023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한 번 이런 일이 발생하면 휴무인 직원 수십 명이 출근하는 등 피로감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민사 제재 적극 동원 필요

허위 폭발물 협박을 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들도록 민사 청구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최근 3년간 허위 협박으로 인한 경찰력 낭비를 이유로 경찰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 신림역 칼부림 예고(4,370여만 원), 제주공항 폭발물 설치 예고(3,200여만 원), 프로배구 선수단 칼부림 예고(1,200여만 원) 등 3건뿐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얼마 전 "거짓 신고 행위 등에 대해 필요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후속 조치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형법 개정 필요성도 거론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형법은 "(허위 신고 또는 이를 유발한 행위로) 유죄가 입증된 개인은 신고로 인해 긴급 대응이 이루어진 경우 해당 공공기관이 지출한 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가 민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형사법원에서 신속히 배상을 받을 수 있는 형사배상명령제도처럼 외국 입법례를 참고해 민사 없이 배상 가능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교인 동원해 尹 투표한 통일교, 총선 앞두고 3만 명 조직적 지원 정황 | 한국일보
- '광복절 특사' 조국 석방…"검찰 독재 종식되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 한국일보
- 김건희, 특검 진술 거부하며 남긴 말은 "다시 남편과 살 수 있을까" | 한국일보
- 김구의 '문화강국' 꿈, 80년 뒤 브로드웨이·칸·노벨로 꽃피다 | 한국일보
- 구치소 식사 거부? 김건희 측 "건강 악화로 음식 안 넘어간다" | 한국일보
- 이 대통령 "온실가스 감축 달성하려면 전기요금 오를 수밖에" | 한국일보
- 전한길 경고로 '면죄부' 준 국힘... "윤어게인에 무릎 꿇어" "마지막 혁신 걷어찼다" 당내서도 탄
- 상반기만 16조원 벌고도 파업? SK하이닉스에 무슨 일이 | 한국일보
- [단독] "일본은 망할 것" 안중근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 고국에 귀환 | 한국일보
- "10년 뒤에 만나요" 약속… '다큐 3일' 제작진, 그 날 앞두고 입장 밝혔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