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갈등과 정치적 분열 극심…고속 성장이 만든 그림자도 뚜렷

“여러 세대의 한국인을 만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머리·눈 색깔이 제각각인 서양인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생김새는 비슷해 보이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면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 같다는 생각 말이죠.” 한 서울 주재 외신 특파원의 말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에서 해방된 후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 성장을 이뤄낸 한국엔 한국만의 어두운 ‘그림자’도 따라붙었다.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 초래된 급격한 변화로 인한, 그 어느 나라보다 극심한 세대 간 갈등과 정치적 분열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각 세대는 나고 자란 환경이 ‘딴 나라’ 수준으로 다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보면 ‘해방둥이’인 1945년생이 남수단·아프가니스탄 수준의 폐허 가운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가뿐히 넘은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유럽의 중위권 국가 정도의 생활 수준을 누리며 자랐다.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테크·문화·무역 선진국에서 커간다. 성장 배경과 사회 환경이 극단적으로 다른 각 세대 간의 몰이해와 갈등은 빠른 속도의 고령화, 일자리 부족 같은 문제와 맞물려 연금 등을 둔 사회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급속 성장 과정에 유발된 과도한 경쟁은 세계 최고 자살률이라는 어둠을 한국 사회에 드리웠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발표한 1983년 8명 수준이었던 10만명당 자살 건수는 지난해 기준 28명으로 올라갔다. 대기업과 영세 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는 극단적 양극화도 한국의 문제로 꼽힌다.
교육·고용·의료 등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발생한 서울과 지방 간의 과도한 격차와 지방 소멸도 풀기 어려운 숙제다. 대표적인 인구 감소 지역인 경북 청송의 인구가 1980년대 초 6만3000명에서 지난해 2만4000명으로 감소한 사이, 수도권(서울·경기도) 인구는 약 1300만명에서 2300만명으로 급증했다. 대도시 쏠림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해 결혼·출산율 하락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1960년대 5.99명에 달했던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내려가 지난해 세계 최저인 0.75명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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