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정장에 수갑… 조사 후 “다시 남편 만날 수 있을까”

김건희 여사는 14일 민중기 특검팀에 소환돼 구속 후 첫 조사를 받았다. 지난 12일 밤 구속된 지 이틀 만이다. 특검은 이날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 김 여사를 집중 추궁했지만 김 여사는 대부분 질문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한다.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여사는 이날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오전 9시 56분부터 오후 2시 10분까지 조사받았다. 지하 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향해 김 여사 모습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수갑을 차고 검은색 정장을 입고 출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사는 명씨와 관련된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부터 시작됐다. 김 여사는 2022년 대선 당시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고, 그 대가로 그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특검 조사에서 김 여사는 적극적으로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날은 답변을 대부분 거부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조사 후 변호인들에게 “내가 다시 내 남편하고 살 수 있을까,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까”라는 심경을 전했다고 한다.

특검은 18일 다시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에게 받은 ‘나토 명품 3종’, 통일교 측에서 받은 ‘통일교 명품 3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2022년 6월 나토 순방 때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착용해 논란을 불렀는데, 이에 대해 “모조품을 빌려 착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달 25일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씨의 장모 집 압수 수색 과정에서 모조품 목걸이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지난 11일 “2022년 3~4월 반클리프 목걸이와 브로치, 귀걸이 등을 사서 김 여사에게 선물했다”는 자수서를 특검에 내면서 ‘가짜 알리바이’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를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 오빠 장모 집에서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1점도 발견됐다. 특검은 이 작품이 이 화백의 ‘점으로부터(From Point) No.800298’인 것을 최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2022년 6월 대만 경매에서 한국인 이모씨가 약 3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김 여사는 “내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특검은 이 역시 누군가 청탁을 목적으로 전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통일교 측이 전달했다는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에 대해서도 특검은 김 여사와 ‘건진 법사’ 전성배씨가 사전에 ‘말 맞추기’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여사에게 전달하겠다고 받아 간 전씨의 “잃어버렸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통일교 간부 휴대전화에서는 김 여사가 인삼차 선물에 대해 “잘 받았다”고 하는 녹취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 등 수수를 법조인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이 왜 막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이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100만~200만원 상당의 양복 선물을 받은 것까지 뇌물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검사 시절 명품 시계 등 명품을 착용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엔 검소한 차림새를 고집했다. 시계도 12만~15만원 상당인 람브레타 제품을 차고 공식 석상에 주로 나타났다.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잘 아는 지인은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허름하게 다니는 게 안타까워 몇 십만 원짜리 물품을 선물하려 했더니 ‘공무원이 이런 거 받으면 안 된다’며 한사코 거절했다”며 “대통령이 됐는데 김 여사가 선물을 받도록 방치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특검은 이날 김 여사 일가의 최측근으로, ‘IMS모빌리티 특혜성 투자 의혹’ 관련 33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는 김예성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김건희특검 첫 조사 8시간 반 만에 종료… 6개 혐의 부인
- “주토피아 살모사 나도 키울래” ‘독사 주의보’ 내려진 中
- “산타 할아버지 어디쯤 왔나”… 이제 한국서도 산타 위치 물을 수 있다
- “왜 부탁 거절해”...망치로 딸 포르쉐 부순 아빠
- 윤석화 배우 마지막 길, 대학로 거쳐 떠난다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감독 피살 전 “아들이 무섭다” 호소
- 日이 두려워하는 도쿄대지진 “규모 7엔 건물 40만채 붕괴”
- 올해 테니스 사진에 ‘라켓 마스크’ 쓴 파올리니
- 독서광 ‘페이커’ 金 총리 찾아 추천한 책은?
- 오타니 친필 사인 카드 44억원에 낙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