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정부 일방 구애에 막말로 답한 김여정

북한 김여정이 14일 담화를 내고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를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했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군이 대남 확성기를 일부 철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5일 우리가 먼저 전방 24곳의 대북 확성기를 철거했는데, 북한이 이에 호응해 왔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런 상호적 조치를 통해 남북 간의 대화와 소통이 열려 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김여정이 나서서 확성기를 철거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애초부터 우리 군이 북한의 확성기 철거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북측은 40대 확성기 중 2대를 뺐다가 그중 1대를 바로 돌려놨다. 철거가 아니라 고장 수리 등 기술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애매한 국면에서 정부는 희망적 판단을 했다. 북한이 상호 조치로 확성기를 철거했다고 예단한 것이다. 대통령은 물론 여당 지도부까지 일제히 나서서 북한이 유화책에 응답했다고 장단을 맞췄다. 여권 전체가 당장 북한과 대화의 장이 열릴 것처럼 들떴다. 김여정이 대남 확성기 철거설을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 조작 놀음”이라고 일축하면서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의 각종 유화 조치를 ‘잔꾀’라며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지만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정부가 추진한 대북 방송 중단, 한미 연합 야외 기동 훈련 연기 모두 “관심 없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 장관들은 북한을 ‘주적’이라고 인정하길 꺼렸지만, 김여정은 대놓고 “대한민국은 가장 적대적인 위협 세력”이라고 했다.
북한과 대화는 필요하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여러 조치를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북한의 호응 여부를 점검하면서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해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가 아직 움직일 준비가 안 됐는데 확대 해석하다가 이번처럼 모멸적인 대접을 받는 것은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도 민망한 일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북에 일방적인 구애를 하다가 ‘삶은 소대가리’ ‘겁먹은 개’ ‘특등 머저리’ 같은 막말을 들었던 전례를 되새겨 봐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40대 남자가 빈혈?”…지방간 없애준 채식, 왜 중년에겐 위험한가
- ‘moon’ 바라면 욕심, ‘star’은 행복?… 명대사 번역 뜯어보니
- 나만 몰랐던 ‘러닝화 계급도’… 입문자를 위한 ‘현실판’ 준비물
-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 고려판 ‘음란 사이코패스’ 충혜왕
- 호주 섬에서 수영하던 소녀의 죽음...딩고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 말단 사원에서 명예 회장까지...‘샐러리맨 신화’의 비밀 병기 ‘N-1 법칙’
- [굿모닝 멤버십] ‘돈 밝히는’ 속물...‘돈을 아는’ 자산가
- 돈을 ‘아는’ 사람과 ‘밝히는’ 사람의 차이
- “다른 신도시 화내겠다” 압도적 교통 호재… 분당에서 눈여겨 볼 단지들
- [김한수의 오마이갓] 1894년 평양을 뒤흔든 ‘기독교인 박해 사건’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