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유재동]소주성 냄새 풍기는 ‘진짜 성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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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진짜'를 외치는 시대다.
요즘 대통령실과 여권, 특히 관가에서는 '진짜' 열풍이 뜨겁다.
"기업이 대한민국 진짜 성장의 중심"(구윤철 경제부총리), "과학기술 주도로 진짜 성장을 이루겠다"(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말도 나왔다.
'진짜' 열풍에는 고용노동부도 숟가락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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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역효과 우려되는 선의의 정책
‘진짜’ 열풍에는 고용노동부도 숟가락을 얹었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최근 기업들의 반발이 거센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사 대화 촉진법이자 상생의 법, 진짜 성장법”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청업체의 교섭력에 힘을 실어줘 원·하청 격차를 해소하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협력업체의 근로조건이 개선되면 우리 산업 생태계에 좋은 일이겠지만, 문제는 이 법이 실제 그렇게 작동할지 여부다. 노란봉투법은 하청기업 노조가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원청업체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다. 만일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면 원청기업은 그런 상시적인 노사 교섭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노조가 강성인 하청업체와는 계약을 끊을 가능성이 크다. 해당 업체는 직원 연봉이 오르기는커녕 도산 위험에 빠지게 된다.
요즘 산업계에서 논란이 되는 규제 입법들은 대개 이런 식의 함정을 갖고 있다. 원래의 선의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짜 성장과 ‘코스피 5000’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우는 상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개정 상법의 근본 취지는 소액주주의 영향력을 키워 기업 가치와 주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소송 위험이나 경영권 위협 때문에 주주 눈치만 보고 미래를 위한 선제적 투자를 포기한다면 본연의 기업 가치는 떨어지고 결국 중장기적으로 주가에도 악영향을 준다.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는 규제가 생기면 그 상황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공장의 해외 이전, 투자 계획 철회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그 피해는 중소·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런 메커니즘은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다가 실패로 돌아갔던 소득주도성장과 묘하게 닮아있다. 저소득 근로자를 돕겠다며 최저임금을 과속 인상한 결과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오히려 서민들의 일자리를 뺏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은 보호 대상이 하청기업 근로자, 개미 투자자로 바뀌었을 뿐이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임금 삭감 없는 주4.5일제, 초단기 근로자에 대한 주휴수당 지급 역시 소주성의 폐해를 연상시키는 사례다. 폐업 자영업자가 연간 100만 명을 넘는 불황기에 이런 식의 정책은 영세 기업들이 고용을 줄여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념보다 실용’ 원칙 되새겨야
이 정부가 말하는 ‘진짜 성장’, ‘가짜 성장’이 정치적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결국 문제는 이 대통령이 평소에 강조하는 ‘실용 우선’의 원칙이 정책에 녹아들어 있느냐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정책은 아무리 그 포장이 그럴듯해도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 과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비슷한 시도를 반복한다면, 이 정부가 말하는 ‘진짜’는 그저 이미지 정치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유행어로 소비되고 말 것이다. ‘진짜’는 단지 구호가 아니라 성과로 입증되는 것이다.
유재동 산업1부장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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