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불 좀 질러다오, 물 먹은 거인 타선의 애타는 심정
- 컨디션 회복한 전민재 활약 절실
- 고승민·손호영·나승엽 역할 기대
롯데 타선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팀 타선 모두가 풀이 죽었다. 타자 중 누군가 타선에 불을 질러야 ‘8년 만에 가을 야구 진출’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롯데는 지난 13일 한화와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0-6으로 졌다. 시즌 처음으로 5연패 수렁에 빠졌다. 그보다 심각한 건 두 경기째 점수 한 점을 못 내고 영봉패 수모를 당한 점이다. 롯데 타선 상황은 심각하다. 지난 다섯 경기에서 롯데가 낸 점수를 모두 합하면 여섯 점에 불과하다. 경기당 득점은 1.2점이다. 다섯 차례 경기에서만 영봉패를 세 차례 겪었다. 롯데가 ‘최강 타선’이라고 불렸던 전반기와 비교하면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전반기 89경기를 치른 롯데는 433득점을 올렸다. 경기당 득점으로 따지면 4.86점이다. 최근 다섯 경기보다 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롯데 타선이 겪는 극심한 득점 가뭄은 특정 선수의 부진 탓이 아니다. 거의 모든 타자가 침체에 빠져있다. 이달 주전 타자 대부분이 저조한 타율을 기록 중이다. 2군에 내려간 나승엽을 제외하고 주전 타자로 불리는 윤동희(0.077) 고승민(0.139) 손호영(0.139) 황성빈(0.176) 타율은 채 2할이 안 된다. 레이예스는 타율 0.257을 기록했지만 ‘안타 머신’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도 지난 6월 타율 정점을 찍은 뒤 7월부터 줄곧 타율 그래프는 우하향 중이다.
롯데와 한화는 올 시즌 이변의 두 주인공이다. 이변을 일으킨 배경은 다르다. 롯데는 방망이 힘으로, 한화는 탄탄한 마운드 힘으로 상승세를 탔다. 한화는 선두 자리를 LG에 내줬지만 선발진은 여전히 철옹성 같다. 반면 롯데는 가을 야구 문턱 앞에서 방망이가 싸늘하게 식었다. 주의보를 발령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경보 발령도 부족하다. 비상사태라고 불러도 과하지 않다.
김태형 감독도 근심이 깊다. 흔히 타선은 사이클이 보인다고 말한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도 있다는 말이다. 타선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 하필 가을 야구 문턱에서 타선이 맹렬함을 잃었다. 김 감독은 단 한 명의 선수를 기다린다. 선수 한 명이 타선에 불을 지르면 타선이 분위기를 탄다는 설명이다. 그 한 명의 역할을 해줄 선수는 여럿 있다. 가장 먼저 안타 머신 레이예스를 꼽을 수 있다. 레이예스 타율 그래프를 보면 롯데 타선 침체와 묘하게 닮아있다. 레이예스가 힘을 잃자 타선도 덩달아 식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레이예스가 부활하면 불씨를 ‘큰불’로 키워줄 선수도 있다. 최근 일주일 고승민과 손호영이 타선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미미했지만 언제든 타격 부활 선봉에 설 수 있다. 고승민은 지난달 23일 부상에서 회복한 뒤 복귀 첫날과 이튿날 멀티 안타를 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손호영도 지난달 복귀 이튿날부터 경기에 나서 3일 연속 안타를 쳤다. 지난달 29일과 31일에는 짜릿한 홈런도 쏘아 올렸다.
전민재도 기회를 기다린다. 올 시즌 초반 전민재는 무려 ‘4할 타자’로 불렸다. 지난 4월 부상을 당했지만 복귀 직후부터 ‘복덩이’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전반기 체력 부담이 컸다. 김 감독도 숨을 고를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가 많아 빼줄 수가 없었다. 7월 들어 부침을 겪자 김 감독은 2군으로 보내 숨을 고를 시간을 줬다. 컨디션 회복을 마친 전민재는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전민재는 “체력은 100% 회복했다. 2군에서 훈련과 경기를 뛰면서 타격 타이밍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며 “시합 때 타석에서 몸이 반응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타격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2군에 내려간 나승엽도 있다. 나승엽은 시즌 전반기 롯데 타선이 침체에 빠졌을 때 맹타를 휘두르며 팀 타선을 깨운 일등 공신이다. 지난 5일부터 2군 타석에 나선 나승엽은 6일부터 두 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나승엽이라면 타선에 폭발력을 키우기 충분하다.
타선이 얼마나 빨리 깨어나는지가 관건이다. 김 감독은 우승 청부사답게 이미 돌파구 구상을 마쳤을 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감독의 구상을 선수들이 현실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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