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병원서 오염된 펜타닐 투약…96명 사망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오염 펜타닐 투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96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피해자가 향후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해당 사건에 대한 관련자 조사에 나선 가운데 담당 판사가 현직 보건장관의 형인 것으로 드러나 정부가 기피 신청을 했다.
13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 최대 일간 클라린과 인포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이날 기준 96명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시의 이탈리아노 병원에서 오염된 펜타닐 약품을 사용해 7명이 사망했다. 이후 피해자가 늘면서 지난 6일까지 전국 사망 환자는 76명이었지만, 최근 일주일 만에 추가로 20명이 사망한 것이다. 매체들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지난 4월 이탈리아노 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7명이 호흡 곤란으로 거의 동시에 사망하면서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에게 투약된 펜타닐이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종적으로 이곳에서만 15명이 사망했다. 이후 사망자들의 경우 모두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실 환자들로 진통제나 마취제 목적으로 펜타닐을 투여받고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다제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 피해자들에게서 폐렴간균과 병원서 주로 발견되는 그람음성균 랄스토니아 피케티균도 공통적으로 검출됐다.
문제는 오염 펜타닐이 현지 전역에 배포된 약품 중 극히 일부라는 점이다. 해당 펜타닐 약품은 합성 오피오이드 펜타닐로 현재 만들어진 앰플 30만개는 병원과 보건소 200여 곳에 배포됐다. 아르헨티나 제약회사 에이치엘비(HLB) 파르마 그룹이 제조사다.
아르헨티나 식품의약품안전처(ANMAT)는 모든 병원과 보건소에서 해당 펜타닐 약품 사용을 중단하고 관련 업체들도 생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아르헨티나 국립감염병연구소인 말브란 연구소는 제조와 유통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오염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법원도 아리엘 푸르파로 가르시아 에이치엘비 소유주를 포함해 펜타닐 오염 사건 관련자 24명의 자산을 동결하고 출국 금지 명령을 내린 뒤 조사에 나섰다. 다만, 클라린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담당하는 에르네스토 클레플라크 판사가 니콜라스 클레플라크 보건장관과 형제 관계이기 때문에 기피 사유를 공식적으로 신청할 방침이다.
현지 매체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과하거나 사임하는 등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며 싸늘한 여론을 전했다. 인포바는 2004년 공연 중 화재로 194명이 사망한 크로마뇽 사건에 빗대 “일각에서 이번 사건을 ‘보건계의 크로마뇽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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