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추적] 조합원의 무너진 꿈…지역주택조합의 민낯
【스튜디오】
▶엄지민
안녕하세요. 엄지민입니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팩트추적! 지금 시작합니다.
【인트로】
▶YTN 보도
"서울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치열한 청약 경쟁 속, 함께 집을 지어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꿈을 꾸었던 사람들.
[서울시 OO 지역주택조합 홍보관 직원 : (3.3㎡당) 600만 원대 분양해서 추가 분담금 4,700만 원 붙고 입주했는데 (현재는) 6억 원이에요.]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만 아파트 입주는커녕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2025년도 올해가 입주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없어요. 조합 설립조차도 안 되어 있어.]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너무 너무 진짜 억울해서 이 가슴이 찢어져요. 진짜로 그거 어떻게 모은 돈인데요.]
지지부진한 사업에 불어나는 분담금.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대행사가) 땅값을 우리가 낸 돈의 3배를 달라고 그러니까….]
절망 섞인 외침 말곤 할 수 있는 일도 마땅치 않습니다.
"수사권을 발동하라. 발동하라! 발동하라! 발동하라!"
토지 확보부터 아파트를 짓는 일까지 조합원들이 도맡아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역주택조합의 실상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김인만 / 부동산연구소 소장 : 조합원들은 3년 만에 될 줄 알았는데, 10년 기다려도 사업은 하나도 진행되지 않습니다.]
신기루가 된 내 집 마련의 꿈, 지역주택조합의 민낯을 파헤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오늘의 팩트체커 윤성훈 기자와 함께합니다.
윤 기자, 오늘은 지역주택조합의 이면을 들여다볼 텐데 흔히 줄여서 '지주택'이라고 부르잖아요.
이 지역주택조합. 정확히 어떤 겁니까?
▶윤성훈
네, 지역주택조합은 1980년대,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또는 전용 85㎡ 이하의 1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직접 아파트를 짓고 분양까지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청약통장 없이도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주택조합이 시행사의 역할, 다시 말해 아파트를 건설할 토지를 매입하는 일부터 인허가, 시공사 선정, 분양까지의 모든 과정을 주도한다는 겁니다.
시행사를 거치지 않으니 그만큼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엄지민
조합원들이 직접 주택 건설에 참여를 해서 일반 분양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건데 이 제도 취지만 놓고 보면 꽤 괜찮은 것 같은데요.
▶윤성훈
제도 취지대로 성공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된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부 성공 사례에 비해 너무 많은 피해와 갈등을 목격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강조해서 설명해 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주택'이 아니라 '지옥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지주택은 원수에게나 권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 VCR - 1 】
인천 도심 인근의 주택가.
단층의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듯 버려진 집들도 보입니다.
동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집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대문은 녹슬었고, 담벼락은 군데군데 금이 가 있습니다.
[김주민(가명) /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길가라 노후화된 게 덜한 거예요. 저기 집 무너진 거 보이시죠. 저 안쪽은 더 심하대요. 그런데 여기 사는 사람들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2019년, 이곳에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개발 시도가 시작됐습니다.
2천5백여 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2025년까지 짓겠다며 조합원 모집에 나섰던 겁니다.
[김주민(가명) /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GTX역이 들어오면 여기가 더블역세권이 되는 거잖아요. 얘네가 이런 식으로 광고를 했단 말이에요.]
지하철역과 도심이 가깝고 대단지로 조성되는 데다 분양가도 인근보다 30%가량 저렴하다는 홍보에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김주민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김주민(가명) /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저희는 자리가 너무 좋고 하니까 우리가 둘이 엄마랑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싶어서 (조합 가입을) 같이 한 거죠.]
계획상 올해가 아파트 입주 목표였던 시점이지만, 착공 소식은커녕 아직 조합 설립조차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자체에 신고했던 조합원보다 더 많은 인원을 모집했기 때문입니다.
[김주민(가명) /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1,359명만 모집을 해야 해요. 근데 얘네(전 추진위원회)가 2,100여 명까지 모집했어요.]
계약자 한 명이 지금까지 낸 계약금은 4,600만 원, 이들이 낸 돈은 총 9백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사업 예정지의 토지 확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일부 조합원들의 설명입니다.
그 사이, 모아뒀던 계약금의 상당 액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지출됐습니다.
김 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은 가입 3년 뒤인 1차 총회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주민(가명) /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저희가 아무리 몰라도 산수는 하잖아요. 그러니까 돈이 없는 걸 보고 나서 그때 처음 '아, 이거 뭐지'라고 해서 전화해서 물어보고 물어보는데 말이 너무 이상한 거예요.]
대출 빚으로 분담금을 마련했던 조합원들은 계약금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황인순(가명) / 인천 지역주택조합원 : 애들 제 혼자 손으로 키워가면서 안 먹고 (모은 돈인데) 그리고 집 담보대출은 나갔어요.]
급기야 전 추진위원장의 배임, 사기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왔고, 줄을 잇는 계약 해지 요구는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제작진은 현 추진위원회 측에 질의서를 보냈는데요.
현 추진위 측은 조합원 초과 모집과 자금 유용 의혹 등은 이전 추진위 시절 발생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전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 등을 상대로 민·형사 고소 및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를 진행 중이며, 자신들은 새롭게 구성된 집행부로서 사업을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들은 추가 분담금을 낼지도 모르는 상황인 데다,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명준 변호사 / 김주민(가명) 씨 소송 대리인 : 지자체에도 민원 제기를 수차례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에 따른 조금 적극적인 어떤 실태 조사라든지 어떤 행정지도 등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했으나, 사실 큰 실효성은 없는 상황이고….]
【스튜디오】
▶엄지민
계약자들의 사연을 들으니까, 지금도 속을 태우고 있을 것 같아서 참 씁쓸한데요.
앞서 본 사례는 조합 설립 인가조차 받지 못한 거였는데, 지역주택조합이 밟아야 하는 절차가 만만치 않다면서요?
▶윤성훈
네, 지역주택조합 추진 과정은 크게 5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요.
조합 모집 신고, 조합 설립 인가, 사업계획 승인 신청, 승인, 착공 순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현황을 조사해 보니, 전체 지역주택조합 618곳 가운데 아직 모집 단계인 곳이 절반이 넘는 51%나 됐습니다.
모집 신고를 마친 뒤에도 3년 넘게 조합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곳도 33%나 됐습니다.
사실상 상당수의 지주택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엄지민
이렇게 추진이 더딘 이유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겁니까?
▶윤성훈
이런 절차를 민간 조합이 사실상 시행사처럼 혼자 해내야 하다 보니, 토지 확보, 인허가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엄지민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과 비교하면 접근 방식이 많이 다르네요.
▶윤성훈
맞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시행사가 먼저 토지를 확보하고 나서, 시공을 하기 때문에 분양자들은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상태에서 분양을 받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지주택 사업은, 사업 추진의 관건인 토지 확보의 성공 여부부터 불확실한 상태에서 참여하게 되는 형태입니다.
사업 전반을 조합이 주도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고 행정 대응이 다소 미숙할 수밖에 없지만, 토지 확보에 실패했을 때의 위험부담은 조합원들이 함께 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개발 조합과 비교해도 적용 법률과 사업 방식, 조합 설립 요건이 다르다 보니, 지주택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성훈
이런 구조적 허점이 현실에서 어떤 문제로 이어지는지, 또 다른 현장에 가 봤습니다.
【 VCR - 2 】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검찰 청사 앞에 모여든 80여 명의 사람들.
20~30대 젊은 청년부터 어르신들까지, 한때 지주택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웠던 이들입니다.
"검찰에서 수사하라!"
제작진이 만난 한 조합원, 조합에 가입했다가 지옥 같은 삶이 됐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갖고 있던 집을 팔고 저희가 전세로 옮기고 그 부분을 또 대출을 받아서 여기에다 납부했단 말이에요. 정말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거든요.]
19만m²에 2,902세대.
사업비만 1조 원 규모인 데다, 조합원이 2천 5백여 명에 달해 국내 최대 규모 지주택 사업으로 주목받았던 곳입니다.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지금 여기 가운데가 3천 세대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고요.]
2020년엔 조합이 설립됐고 다음 해 4월 공동주택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지만2025년 현재, 부지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허허벌판으로 방치돼 있습니다.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금싸라기 땅인데 아깝죠. 그러니까 충분히 할 수도 있었는데….]
토지 소유 구조와 추가 분담금 문제로 파행을 겪고 있는 건데, 조합원들 돈으로 산 땅을 조합이 아닌 업무대행사, 건설사 명의로 설정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저희가 낸 거는 (이미) 1,900억 원인데 (대행사에서) 4천억 원을 더 달라고 하는 거니까.]
당초 조합 명의로 토지를 이전하기로 약속했지만, 이제 와서 토지를 넘겨 받으려면 토지 가격 상승분 격으로 4,100억 원을 더 내라고 요구한다는 게 조합원들의 설명입니다.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땅은 내 돈 주고 샀는데 왜 내가 (비용) 상승한 거에 대해서 너네한테 줘야 되냐….]
더군다나 건설사가 해당 토지로 담보 대출까지 실행해,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조합원들은 토로합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어렵게 모은 돈이 언제 끝날지 모를 지주택 사업에 묶여버리면서 절망감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지역주택조합원 : 토지를 갖고 대출을 저희가 대략 한 4,500억 원 정도로 원금을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 대출을 받아서 다른 데 또 땅을 샀더라고요.]
그러나 건설사와 통합조합 측은 조합원들이 낸 1,900억 원의 분담금은 토지 매입 총액 가운데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조합설립 전 단계에서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건설사가 자금을 조달해 토지를 매입했다는 겁니다.
또, 처음부터 환지 완료된 공동주택용지를 지역주택조합에 원가 정산해 매각하겠다는 조건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논란도 첨예하고, 입장도 팽팽해서 참 복잡한 문제인데요.
한 가지 분명한 건 주택을 마련하는 데 이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지주택 사업에서 불거지는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윤성훈
지주택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바로 '동업 구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주택 조합원들이 돈을 내고 함께 책임을 지는 방식인데요.
하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복잡한 계약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토지 확보 등 중간 진행 상황도 조합추진위나 대행사의 일방적인 설명에 오롯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진행에 문제가 있다고 인지한 시점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고 애초에 냈던 돈을 돌려받는 것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김인만 / 부동산연구소 소장 : 지역주택조합의 문제가 동업입니다. 동업은 개발이익이 나면 나눠 가지고 리스크는 서로 책임을 지자는 게 동업이잖아요. 그러면 이게 나쁘게 말하면 인질이 되는 겁니다.]
▶엄지민
그럼 이런 문제가 일부 사업장에서만 발생한다고 보긴 어려운 겁니까?
▶윤성훈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주택 사업 분쟁 현황을 조사한 결과, 618개 조합 가운데 3곳 중 1곳이 분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부실한 조합 운영과 탈퇴·환불 지연, 공사비 등을 두고 조합 내 갈등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토부는 사업 초기 불투명한 정보와 토지 확보, 인허가 지연 등이 갈등의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특별점검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이런 잡음과 갈등에도 서민들은 지주택 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참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제작진은 참여자들이 어떤 기대를 안고, 지주택에 가입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 VCR - 3 】
서울에서 추진되고 있는 한 지역주택조합 주택홍보관.
조합원 가입을 문의하기 위해 들어서자, 대뜸 곧 분양가가 인상된다는 말부터 꺼내놓습니다.
[홍보관 직원 : 우리가 이제 100개만 이 가격에 풀고, 우리가 약 300개 남은 데서 조금 있으면 가격 1억 5천만 원 올려요.]
상담원이 내놓은 84㎡ 아파트의 가격은 8억 원에서 9억 원 사이.
청약을 통한 아파트 분양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지주택이 내 집 마련을 이룰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오늘 당장 가계약금 5백만 원을 넣으라고 재촉합니다.
[홍보관 직원 : 지금 안 하면 이 토지 정리하는 이런 땅에 절대 분양가가 이 가격에 안 나와요. 그리고 만에 하나 오늘 500만 원을 걸고 청약을 썼어.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해 준다.]
상담원은 조합 설립을 위한 부동산 매입과 토지사용 승낙을 거의 다 받았다며 내년에 착공을 시작해 늦어도 2030년이면 입주가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제작진 : (입주가) 미뤄질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홍보관 직원 : 안 미뤄져요. 이제 미뤄질 수가 없어요. 왜 그러냐하면 이 모델하우스 열어놓고 있는 자체가 그렇게 미뤄지면 열 수가 없어요.]
2017년부터 추진해 온 이 사업, 애초 입주 희망 시점은 언제였을까.
[제작진 : 원래 언제쯤 입주였던 거예요. 원래 계획은?]
[홍보관 직원 : 그때는 이제 토지 정리를 하니까 약 7~8년 잡았겠지.]
직원 설명과 달리 지난 2017년 시작된 이 지주택 사업의 첫 입주 시기는 2021년쯤이었습니다.
홍보관의 설명대로 차질없이 진행돼도 처음 입주 예상 시기보다 9년 늦어지는 셈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현장에 가봤습니다.
지역주택조합이 매입한 부동산인 듯 철제 울타리를 둘러놓은 집들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곧 철거가 시작될 것 같은 분위기이지만,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고개를 젓습니다.
[지역 주민 / 사업 예정지 부동산 소유자 : 저는 시집와서 평생을 그 집 하나 장만하려고 살았어요. 근데 그 집을 팔라고 하니 그 집을 팔겠어요?]
근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 역시 회의적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윤성훈 / 기자 : 옆에 무슨 지역주택조합….]
[인근 공인중개사 : 거기는 안 하는 게 좋아요. 거기 했다 하면 인생 망쳐요.]
[윤성훈 / 기자 : 위험한 데예요?"]
[인근 공인중개사 : 지역주택조합은 쳐다도 보지 마세요.]
달콤한 설명과는 사뭇 달랐던 현장의 분위기,
전문가들은 조합에 가입하기 전, 토지 확보 상황은 물론 업무대행사의 신뢰도까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윤 기자,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본 지역주택조합의 실상은 어땠습니까?
▶윤성훈
취재 과정에서 파악한 또 하나의 갈등 구조는 조합원 간, 을과 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어떻게든 사업이 진행되길 바라며 추진위와 대행사를 지켜보는 조합원들과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고 반환을 희망하는 조합원들로 나뉜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두 보금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꿈을 품고 모였지만 부실한 지주택 제도로 인해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상처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엄지민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보완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윤성훈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도 정비를 강조하면서도 폐지까지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VCR - 4 】
내 집 장만의 꿈을 접은 지주택 조합원들.
각기 다른 지역에서 상처를 안은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해 도움을 받기 위해섭니다.
[하성용 / ○○지역주택조합장 : (가입 당시) 일반 아파트 분양인 줄 착각을 한 거예요. 지역주택조합 자체도 상식도 없었고.]
서로 다른 지역에서 피해를 입은 조합원들은 지주택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대행사 관계자들이 서로 얽혀 지주택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고의적인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지역주택조합원 : 이 지주택 ○○건설 하나로 인해서 16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엮어있어요. 명의만 바꿔서 이쪽으로 나가 있고 이쪽으로 나왔고….]
자금 사정으로 추가금을 낼 수 없는 조합원은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한 채 입주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원 :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조합원은 입주할 수가 없어요. 결국 나중에 입주를 못 하게 되면 조합원이 탈락이 되고 제명당한다든가 아니면 스스로 탈락한다든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김인만 / 부동산 연구소 소장 : 돈 돌려받을 수도 없고 빠져나올 수도 없고 또 돈은 내야 하고, 언제 될지도 모르겠고 이거는 블랙홀처럼 계속 빨려 들어가는 거죠. 최악의 문제입니다.]
현행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실제 토지 확보 여부를 조합원이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고, 사업자는 이를 과장되거나 허위로 고지해도 마땅히 제재받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를 바로잡는 제도 개선이 더는 미뤄져선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명준 / 변호사 : 토지 확보율이 실제로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관리 감독하고 또 그 허위 고지에 대한 어떠한 제재 내지는 페널티를 조금 강하게 해서 그런 부분들이 실제로 허위 광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담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지금보다는 피해자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주택 사업에 대한 직접 조사와 대책 마련을 언급한 후 정부는 합동 점검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 대통령 (지난 6월) : 전국에 선거운동을 다니다 보니까 광주만 있는 얘기가 아니고 전국에 온 동네에 지역주택조합 문제가 있더라고요. 제가 이미 지시를 해서 그 실태를 조사하고 대책이 어떤 게 가능한지 지금 검토 조사 중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스튜디오】
▶엄지민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라면 좀 더 강력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요.
▶윤성훈
네, 일각에선 아예 제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인터뷰
[이은형 /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시점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다소 보완해서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기존의 제도를 좀 더 확산시키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성훈
다만, 현재 전국에서 지주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진행 사업들까진 원만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엄지민
뚜렷한 대책이 빨리 나와주면 좋겠는데 그전까지는 일단 예비 계약자들이 스스로 좀 신중하게 따져보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윤성훈
맞습니다. 조합 규약에 탈퇴나 환불 조건이 명시돼 있는지, 업무대행사와 조합장 간의 이해관계,
자금 관리의 투명성까지 점검해야 예기치 못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또, 조합에 가입할 때부터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을 녹취로 남겨두고 관련 자료를 확보해 놓는 것이 향후 법적 다툼이 발생하더라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엄지민
지주택 제도를 둘러싼 논란과 쟁점,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윤 기자, 수고 많았습니다.
▶엄지민
오늘 팩트추적은 여기까지입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현상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좇아, 시청자 여러분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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