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중인 항암제 자기 몸에 실험한 대학교수, 유죄→무죄 뒤집혔다

김현수 기자 2025. 8. 1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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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자신이 개발 중인 항암 치료제를 당국 승인 없이 자기에게 투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대학교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됐으나, 2심 재판부는 “공익을 해치지 않았다”며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 형사항소3-3부 조상민 부장판사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대학교수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교수는 자신이 개발 중인 항암 치료 백신을 자기 몸에 투여해 신체 변화와 이상 반응을 관찰하는 등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자기실험’을 한 혐의가 적용돼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됐다.

약사법은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식약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자기실험 결과를 식약처에 보고했다가 고발됐다.

약식기소에 불복한 A교수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약사법 위반은 인정된다. 다만 위법성이 중하지 않은 점과 피고인 성행, 동기 등을 참작한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교수의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고 봐 1심 결과를 뒤집었다.

A교수는 1심에서부터 줄곧 “자기실험은 약사법상 임상시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자기실험도 임상시험에 포함되며, 식약처 승인 대상에서 제외되는 임상시험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기실험이 임상시험의 하나라고 인정하면서도 개인적 이익이나 규제 회피 목적이 아닌 점, 공익상의 위해를 끼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병원에 입원해 공동연구자의 의학 자문을 받으며 실험을 진행했다”며 “실험은 오직 자신만을 대상으로 했고 바이러스가 유통되거나 실험정보가 유출되지 않아 공익상 위해나 중대한 안전·윤리 문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항암제 개발자로서 동물 실험 후 실제 암 환자에게 투여하기 전에 안전한 투약 용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고, 윤리적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쳤다”며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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