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경쾌한 재즈가 울려퍼지는 황금빛 파티로의 초대…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전쟁은 끝났고 광란의 축제 시작돼. 뜨거운 맨해튼 다 와서 즐겨, 이 밤 나도 파티에 데려가줘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넘버 ‘로어링 온(Roaring on)’은 이 뮤지컬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 황금빛 조명이 무대를 밝히면 귓가에 감기는 브라스에 이어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가 차례로 더해지며 경쾌한 재즈 음악이 울려 퍼진다. 여기에 배우들이 입은 프린지 드레스의 반짝임과 군무가 어우러지며 무대는 1920년대 미국 뉴욕 파티장의 활기로 가득 찬다.
지난 8일 공식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 서울 오리지널 공연은 호소력 있는 넘버, 화려한 무대와 눈부신 의상으로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선보인다. 올여름 기대작 중 하나였던 <위대한 개츠비>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2024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지난 4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이어 서울에서도 막을 올리며 3개국 동시 공연이 이뤄지게 됐다.
뮤지컬의 원작은 한국에선 영화로 더 익숙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이다. 제이 개츠비가 상류층 여성 데이지 뷰캐넌과 사랑을 이루기 위해 부와 명성을 쌓다가 욕망이 좌절되는 이야기의 얼개를 따라간다.
뮤지컬 무대 세트에서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주역을 맡은 영화(2013년)의 로고 패턴에서 연상되는 아르데코 양식이 돋보인다. 향락적인 시대 분위기를 잘 담아낸 영화와 시각적으로 닮은 장면이 많아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전개는 세부적인 구성과 캐릭터의 해석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원작에서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선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뮤지컬에서는 다양한 캐릭터가 저마다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특히 뮤지컬에선 데이지 뷰캐넌과 데이지의 친구 조던 베이커가 부르는 단독 넘버를 통해 여성 캐릭터에 목소리를 부여한 것이 눈에 띈다.


이야기의 초점은 두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로 좁혔다. 1막은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려다보니 조금 느슨한 감이 있지만, 개츠비가 쌓아올린 환상의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2막에선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긴장감있게 전개된다.
애초 원작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윤리적으로는 타락한,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을 그려낸 미국 문학의 고전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원작의 다층적인 맥락을 담아내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 지점을 무대 위 반짝이는 스팽글처럼 화려한 볼거리로 채워낸다.
드라마틱한 음악은 빈틈없이 귀를 사로잡고, 다양한 장르가 버무려진 군무는 시선을 잡아끈다. 거의 매 장면마다 바뀌는 무대 세트도 호화롭다. 개츠비가 뷰캐넌 부부를 초대하고 벌이는 파티 장면에 나오는 넘버 ‘라디다 위드 유(La Dee Dah With You)’에 맞춰 탭댄스를 선보이는 장면에서 무대의 흥겨움이 절정에 달한다.
2시간여 동안 매혹될 수 있는 무대를 찾고 있는 관객이라면 개츠비가 닿고 싶어했던 ‘그린 라이트’가 켜질 것 같다. GS아트센터에서 11월9일까지.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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