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6년, 이제서야 논의되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 [플랫]
1971년 4월5일 프랑스 주간지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나도 낙태했다’는 선언문이 실렸다.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가 대표로 쓴 이 글에서 343명의 여성이 자신의 임신중지 경험을 고백했다. 프랑스에서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베유법’ 제정으로 이어진 결정적 사건이었다. 프랑스 의회는 1974년 11월26일, 보건부 장관 시몬 베유의 이름을 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찍이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해온 프랑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미국은 1973년 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내렸다가 2022년 폐기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중지 관련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킨 ‘위대한 판결’로 꼽힌다. 그러나 반세기 만에 역사를 거꾸로 되돌린 법안 폐기 후 미국에선 임신중지권 갈등과 쟁론이 재연됐다.
[플랫]‘백래시’에 맞서 ‘헌법’ 바꾼 프랑스…시민 86%가 지지한 ‘임신중지 자유 보장’
한국은 법의 사각지대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임신중지 처벌은 위헌이라며 2020년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6년째 입법은 공전하고 있다. 지금도 여성들은 임신중지 수술을 해줄 의사를 찾아다녀야 한다. 음성적이고 비싸고 위험한데도 법적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해외에서는 의사 처방을 받아 널리 사용되는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마저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지 못해 온라인에서 고액에 불법 거래되고, 가짜약도 판친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가 임신중지약 합법화를 추진한다고 한다. 이게 이렇게까지 늦어질 일이었나 싶다. 종교계 일각에서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꼭 필요한 사회적 공론화와 입법에 손을 놓은 탓이 크다. 누구도 좋아서 하는 임신중지는 없다. 정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두루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베유법이 통과된 그날 베유 장관의 의회 연설이 기억난다. “낙태 수술을 즐겁게 받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제는 그저 여성의 말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성에게 낙태는 비극이고, 언제나 그러할 것이다.”
▼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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