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개편안 때문에 소비쿠폰 효과 다 날아갔다? 언론 보도 맞나
지난 1일 주가 하락에 조선일보 "소비쿠폰 8조 효과 다 날렸다"
"매일 등락 있는 주가와 정부 정책 효과 비교할 수는 없어"
정작 주가는 3200선 회복… 세제개편안 연관성도 불분명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이재명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정부의 소비쿠폰과 연결 지어 “정책 효과가 사라졌다”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왔다.
<증시 쇼크 준 李 증세… 소비쿠폰 8조 효과 다 날렸다> (8월4일, 조선일보)
<“세제개편안에 시총 116조 '증발'… 소비쿠폰 효과 無”> (8월4일, 주간조선)
<증세 충격에 이재명 랠리 '흔들'… “소비 쿠폰 효과 다 날아갔다”> (8월4일, TV조선)
<“세제개편發 증시 쇼크…8조 소비쿠폰 부양효과 날렸다”> (8월4일, 아시아경제)
모두 유안타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들이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1일 날아간 증시 시가총액 116조 원이 잠재 소비 여력 8조1000억 원을 감소시켰다는 분석 보고서를 지난 4일 내놨다.
기사에서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날아간 소비 여력 8조1000억 원이 소비쿠폰 1차 예산 관련 국비 지출액인 8조1000억 원과 완벽히 같다”며 “소비쿠폰에 상응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경제적 영향을 단 하루 사이에 다 날려 먹었단 의미”라고 했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춰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이 발표된 다음날(8월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88% 하락했다. 보고서는 이날 이뤄진 주가 하락 영향과 정부의 정책 효과를 비교한 것이다. 지난 5일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해당 보도들을 인용해 세제 개편안 때문에 소비쿠폰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김용구 연구원은 기사에서 세제개편안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김 연구원은 “명목상 공정과세와 세수확보를 내세웠으나 실제론 지배권 행사가 중요한 대주주가 아닌 이상 연말 매도 후 연초 재매수로 얼마든지 우회·회피가 가능한 억지 춘향식 세제개편”이라며 “독버섯 같은 극소수의 반시장적 정책 대응만으로도 이후 정책 대응의 선명성과 추진력은 제한되고 정책목표 달성은 요원해질 공산이 크다”라고 했다.
“이재명 정부 프레임 강화 위한 정치적 접근 아닌가”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은 침체된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시행됐다. 주가 하락이 소비쿠폰의 효과를 상쇄한다고 하려면 주가 하락으로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보고서는 주가 하락으로 8조1000억 원의 소비 여력이 감소했다고 분석했지만 지난 7일 코스피는 3200선을 회복했다. 기사 논리에 따르면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 효과가 1일 사라졌다가 7일 다시 생긴 셈인데, 설득력이 높지 않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주가는 등락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정부 정책과 연결 지어 '효과가 사라졌다'고 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주장”이라며 “주가와 정책을 비교할 수는 없다. 이재명 정부가 민생을 위해 '퍼준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접근 아닌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과 주가의 연관성도 확실하지 않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작 1일에 개인 투자자들은 순매수했다. 양도소득세 대상 확대가 쟁점인데 정작 대상이 되는 개인들은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일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이 각각 6500억 원, 1조700억 원의 주식을 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1조6000억 원어치 주식을 더 매수했다.
기획재정부도 “2017년 말 대주주 기준을 강화했을 때 주가가 올랐고, 2023년 말 대주주 기준을 완화했을 때 주가가 하락했다”며 세제 개편안의 대주주 기준과 주가 간 명확한 상관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은 교수는 “1일 주가 하락 때는 세제 개편안뿐 아니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도 반영됐다”라고 말했다.
'소비쿠폰 효과 날아갔다'는 기사를 쓴 조선일보는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논조를 보였다. 5일자 <확산되는 대주주 양도세 혼란, 대통령이 정리해야>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유안타증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주가 폭락으로 소비 쿠폰 효과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는 것”이라고 한 뒤 “대주주 양도세에 반대하는 국민 청원은 나흘 만에 12만명 넘게 동의를 받았다. 민주당 내에서도 '시장을 이기는 정치나 행정은 없다'며 세제 개편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대주주 기준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고칠 수 있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복잡한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대통령이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끝나는 문제”라며 “투자자 혼선을 없애고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려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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