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도심 한복판 청량한 물줄기… 로마의 아름다움, 멜로디가 되다[이 남자의 클래식]

2025. 8.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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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레스피기, 교향시 ‘로마의 분수’
이탈리아 출신 기악 전문 작곡가
로마의 자연·사람·경관에 감명
도시를 큰 예술작품 하나로 느껴
분수·소나무·축제 ‘3부작’ 완성

로마는 가히 ‘분수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분수대들이 많다. 로마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를 필두로 거의 모든 광장을 비롯해 도시 곳곳에는 분수대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다. 예술가들의 손길에 의해 탄생한 조각상, 청량한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뿜어내는 물줄기는 단순히 물을 공급하고 더위를 식혀주는 건축물을 넘어 로마의 역사와 예술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예술품들이라 할 만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로마의 분수들을 음화(音화)시켜 그려낸 작품이 있으니 바로 오토리노 레스피기(사진)의 교향시 ‘로마의 분수’(1916)다.

오토리노 레스피기(1879∼1936)는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또 비올리스트이자 지휘자로 오페라 중심의 이탈리아에서 드물게 기악음악에 본령을 두었던 음악가이다.

레스피기는 1879년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1891년 볼로냐의 리체오 무시칼레(Liceo Musicale)에 입학하여 바이올린과 비올라, 작곡을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러시아로 건너가 러시아 제국 극장 오케스트라의 비올리스트로 활동했다. 또한 그곳에서 동시대의 위대한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로부터 작곡을 사사하며 작곡가로서의 꿈을 키우게 된다.

레스피기는 귀국하여 무젤리니 5중주단(Mugellini Quintet)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연주활동을 이어나가면서도 한편으론 꾸준히 작곡을 병행하며 서서히 작곡가로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마침내 1913년, 34세가 되던 해 레스피기는 이탈리아 로마의 명문인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Conservatorio di Santa Cecilia)의 작곡 교수로 초빙된다. 로마로 이주한 북부 출신의 레스피기는 로마의 화사로운 날씨와 경관, 곳곳에 자리한 유적들과 활기찬 사람들로부터 크게 감명받게 된다. 그는 로마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담아내기로 결심하는데 그 첫 번째 대상이 분수대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스피기가 음악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은 비단 분수대들의 빛과 분위기, 청량한 물줄기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분수들로부터 느꼈던 것은 자연과 도시, 삶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지며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빚어진 도시 로마 그 자체였던 것이다.

레스피기는 그가 사랑했던 네 개의 분수를 음악의 원천으로 삼았는데, 보르게세 공원과 파리올리 언덕 사이에 자리한 줄리아 계곡의 분수, 바르베리니 광장의 트리톤 분수, 로마 시내의 트레비 분수, 핀초 언덕에 위치한 빌라 메디치의 분수가 그것이었다. 본격적인 작곡은 1915년부터 시작되어 1916년에 완성되었으며 초연은 그 이듬해인 1917년 3월 11일에 로마의 아우구스테오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초연 당시 작품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그 이듬해인 1918년 음악사에서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인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에 의해 연주되며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작품을 통해 레스피기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고 이후 ‘로마의 소나무’(1924), ‘로마의 축제’(1928)를 연이어 작곡해 20세기의 걸작이라 할 만한 ‘로마 3부작’을 완성하게 되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레스피기, ‘로마의 분수’는 1916년에 작곡된 교향시로 20세기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로마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작품이다. 1부 새벽의 줄리아 계곡 분수- 현악기는 서정적인 선율로 새벽녘의 평온함을 노래하고 오보에와 클라리넷 등의 목관악기들은 정원의 정취를 더한다. 2부 아침의 트리톤 분수- 활기찬 아침의 분위기로 이어진다. 트럼펫과 타악기군이 돋보이며 시원한 물줄기를 떠올리게 한다. 3부 한낮의 트레비 분수- 파이프 오르간까지 등장하는 가장 웅장한 부분으로 로마의 위용을 뽐낸다. 4부 황혼의 빌라 메디치 분수- 현악기와 하프, 첼레스타가 주를 이루며 황혼의 고즈넉함을 그려내고 목관악기군이 가세하여 하루에 대한 감사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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