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이 하던 일, 1대가 하면서 달라졌죠”...농산물 박스 시장 장악한 혁신 스토리
포장박스 제조하는 대세물산
2018년부터 스마트공장 개선
골판지 투입 효율·생산 늘어
올해 매출 100억원 돌파 자신
한현수 대표 “직원들 대만족”
◆ 스마트 산업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2.0 ◆
![(사진 왼쪽) 한현수 대세물산 대표이사와 김정호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삼성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설치 중인 로봇의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시진 = 삼성전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4/mk/20250814080916481qkcl.jpg)
대구 달성군에 있는 과일·채소전문 골판지 포장박스 제조업체 대세물산의 한현수 대표는 35년간 박스 하나로 승부해왔다. 1989년 소규모 자본금과 직원 4명으로 출발해 동서식품 커피믹스 케이스 납품으로 첫 매출을 올렸다. 1990년대말 외환위기 시절 다방 대신 집에서 커피믹스를 타 마시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포장 수요가 급증했다. 그때의 호황이 수십 년 뒤 지금의 회사를 있게 한 기반이 됐다.
그러나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해오며 필요한 인력을 구하는 일은 예전부터 부담이었다. 젊은 인력을 구하기 더욱 어려워지자, 한 대표는 12년 전부터 자동화 설비 도입을 결심했다.
한 대표는 “언젠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올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단순히 인건비 절감이 목적만은 아니었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 특성상, 숙련공 부재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를 바꿔야 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8년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이었다. 포장 업계에서 첫 사례였다.
사업 첫해에는 전산화와 현장 개선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혁신위원들이 현장에 상주하며 설비 구조와 작업 동선을 하나씩 점검하고, 개선안을 즉시 실행했다. 때로는 삼성전자 위원들이 직접 회사 화장실 청소까지 나서며 사소해 보이는 불편까지 찾아냈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하며 스스로 눈과 귀가 여섯 개쯤 달린 줄 알았는데, 미처 못 본 게 많았다”며 “작은 것부터 바꾸자 직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2022년에는 자동화 설비와 제조실행시스템(MES) 구축이 본격화됐다.
로봇 팔레타이저(완성된 박스를 자동으로 쌓아 올리는 로봇)를 설치해 포장박스를 자동 적재하고, ERP·MES 연동으로 생산 실적과 재고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을 정비하면서 완제품 보관구역은 300평에서 336평으로 넓어졌고 선입선출 구조를 적용해 상차 효율이 함께 향상됐다.
골판지 합지 투입 방식도 바뀌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한 번에 투입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3초가 걸렸지만, 개선 후에는 12~18매를 한 번에 투입하고 2초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연간 수백만 회 반복되는 작업에서 절감된 시간이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된 것이다. 주변 설비 인프라 재정비로 연간 정지시간 60회를 최소화한 것도 가동률을 끌어올린 요인이다.
올해에는 박스를 재단하는 기계 앞에 자동으로 박스를 들어 옮기고 쌓는 로봇도 설치했다.
사람 4명이 하던 박스 적재 공정을 로봇 1대가 전담하게 하면서,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 한층 높아졌다.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세부 조정만 남았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톰슨 박스 로봇과 MES를 연동해 적재 오류를 줄이고, 작업지시·출하지시를 자동 발행하는 시스템이 가동될 예정이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출하 오류 방지, 서류 자동화까지 물류 전반이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컨설팅 이후 회사는 총 23건의 개선 과제를 완료했다.
단순히 기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작업 환경과 공간 구조, 정보 흐름, 안전 체계까지 전면 재설계했다. 반사경 설치, 지게차 충전소 화재방지 장치, 고정식 스텝 사다리 제작 등 안전 강화 작업은 비용 부담이 적으면서도 효과가 컸다. 실제로 반사경 설치 후 지게차와 작업자 간 충돌 위험이 줄었고, 고정식 사다리는 고소 작업의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
대세물산의 시장 전략은 오래전부터 농산물·채소 포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한 대표는 “경공업은 이미 해외로 나갔지만 농산물 등 포장 시장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수박·감귤·배 등 대형 과일은 개별 박스 포장이 늘고 있고 온라인 쇼핑 확대로 하루 수십만 개의 박스가 전자상거래 물류에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물산은 제주도 시장도 6년 전부터 꾸준히 개척해, 성수기에는 사과·배·감귤 물량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마트공장 전환은 2018년 1차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 2차, 2024년 3차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생산 공정이 전면 재편되고 자동화 설비가 확산하면서, 20명 내외 인원으로 과거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연 매출이 100억 원을 넘어섰고, 2023년에는 120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57억 원을 기록해 목표 달성이 무난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다음 단계로 지능형 스마트공장을 계획하고 있다. 설비와 시스템 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아 공정 불량과 비효율을 즉시 잡아내고, 전 공정을 양방향으로 제어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한 대표는 “전국 동종업계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우리 공장은 모델이 됐다”며 “앞으로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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