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떡할망, 이제사 고향 제주로 돌아완 마씸”

“드디어 고향에 돌아왔다, 이제사. 그렇게 말씀하고 계실 것 같아요.”
재일 한국인 3세 홍성민(64)씨가 제주에 새로 만든 조부모의 묘를 보며 말했다. 광복 80돌을 보름여 앞둔 지난달 29일, “이제사” 김양능·홍순하 부부가 일본에서 돌아와 고향 땅에 누웠다.

1898년생 김양능은 14살 많은 제주 조천읍 신촌리 출신 홍순하와 결혼해 1920년대 일본 오사카 인근 와카야마현 미노시마로 이주했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군대환’(1923년 취항한 제주-오사카 정기 여객선)을 타고 갔을 것이라고 손자 홍성익(69)씨는 추정한다. 이들 이야기의 빈틈을 메워줄 이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없다. 날품팔이 남편의 수입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웠던 김양능은 방적공장에서 일했다. 오사카로 옮겼다가 1945년 대공습 때 집이 불에 타 니가타현 아라이시로 피난 갔고, 부부는 그곳에서 세 아들과 광복을 맞았다.
광복 뒤 남편과 떨어져 홀로 세 아들을 데리고 제주로 돌아온 김양능은 제주 건입동 정광사 보살이던 시누이에게 떡 만드는 법을 배웠다. 고향이지만 정착하기 힘들었다. 1948년 2월7일 남한 단독 선거를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19살이던 큰아들 여표가 군경에 잡혀가 고문을 당했다. 김양능은 시누이의 도움으로 배편을 구해 석방돼 돌아온 여표를 다시 일본으로 보냈다.
고향살이는 짧고 타향살이는 길었다. 오사카 이카이노(현 이쿠노구)에 자리 잡은 여표는 어머니와 동생 우표를 오사카로 불렀다. 일본으로 건너간 김양능은 집에서 떡을 만들어 손수레에 싣고 나가 거리에서 팔았다. ‘건입동 보살 밑에서 배운 할망이 제주 전통 떡을 만든다’는 입소문을 타 장사가 꽤 잘됐다. 자식을 키우고 생계를 꾸리는 데에만 전념하던 김양능은 자연스레 ‘떡할망’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이와무라식품’이 된 ‘떡할망 떡집’은 지금도 오사카 이쿠노구 코리아타운에 ‘옛날 떡집’이라는 한글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이다. 둘째 우표가 물려받았고, 지금은 우표의 아들 성민씨가 운영한다. 70년 넘은 할머니의 방법 그대로 시루떡과 송편, 인절미, 기름떡, 보리찐빵 등을 만든다. 떡집 건물 2층에서 생활하던 떡할망은 1973년 2월12일, 그곳에서 돌아가셨다. 평생 세 들어 장사하다가 처음 ‘내 가게’를 차린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오사카 이시키리의 절 대관음사에 모셔졌던 떡할망은 광복 80년, 돌아가신 지 52년 만에 남편과 함께 제주 조천읍 와흘리 가족묘지에 묻혔다. 새벽 5시부터 시작한 이장 작업에 지칠 법도 했지만, 성민씨는 조부모의 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오사카에서 전날 모셔온 유골함이 땅속에 놓이고, 손자들이 흙을 뿌렸다. 성민씨는 할머니를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는 “가게에서 집으로 ‘ᄒᆞᆫ저(어서) 올라오라’라고 말씀하시던 게 생각납니다”라고 했다. 성민씨는 평생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생활했지만 제주 방언을 알아듣는다.



손자들도 어느새 60대 중후반이다. 그동안 부모님이 찾아뵙기 편하게 일본 절에 조부모를 모셨지만, 부모 세대도 모두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큰아들에게 “(죽으면) 꼭 제주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성민씨는 “(조부모님은) 제주에서 태어나셨으니 제주에 모시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아 이장하게 됐다”면서도 “50년 이상 거기(일본 절)에 계셨고, 저는 한두달에 한번 찾아뵈었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으니까 좀 섭섭한 감은 있다”고 했다. 세대가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조상을 찾지 않고, 결국 묘지 위치를 알 수 없게 될 거라는 우려도 있었다. “할머니·할아버지를 가족묘지에 모시면 홍씨 자손들이 언제나 찾아갈 테니 안 섭섭하지 않을까 싶다”고 성민씨는 말했다.
“제주가 고향이기 때문에 마음에 울림이 있다”고 말하는 성익씨는 “이렇게 할머니·할아버지를 모신 건 핏줄이고, 고향이기 때문이다. 자손들이 찾아오기 편하게 모셨으니 손자로서 임무는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오사카·제주/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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