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人터뷰] 내가 찍은 사진으로 생태를 보전하다 | 전원생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8월호 기사입니다.
그리하여 11년 전, 시민과학을 기반으로 한 자연 관찰 플랫폼 ‘네이처링(Naturing)’을 만들었다. 네이처링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언제 어디서 어떤 생물을 봤는지 위치와 함께 올려 자연을 기록하는 플랫폼이다. 네이처링 앱을 통해 국립중앙과학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에서 진행하는 기록 미션에 참여할 수도 있다.

축적된 기록은 생태 연구의 기초 자료로, 때로는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 개선의 근거로 활용된다. 한 시민이 우연히 기록한 사진 한 장 덕에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종인 ‘범무늬뾰족민달팽이’가 최초로 국내 학계에 보고됐고, 2018년부터 약 5000명의 참여로 모인 5만여 건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기록은 5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야생조류를 보호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공로로 네이처링은 2017년 환경부 장관 표창, 2020년에는 통일부 장관 표창, 2023년엔 경기 성남시장 표창을 받았다. 네이처링 강홍구 대표(55)·이꽃리 실장(54)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만났다.
강 대표는 식물을 좋아해 틈틈이 산에 올라 제비, 동자꽃, 신갈나무 등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 자연을 제대로 관찰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이 실장은 낙동강과 속리산 등이 있어 아름다운 경북 상주가 고향이다. 원래도 자연을 좋아했지만, 가장 ‘예쁜 상태’를 인위적으로 담아야 하는 잡지를 만들면서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졌다. 각자의 동기로 참여한 ‘숲해설사’ 교육 과정에서 인연이 시작됐다. 두 사람은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주관하는 ‘전국 자연환경 조사요원’ 양성 과정에도 참여한다.

“환경부에서 시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과정이었어요. 약 400시간의 교육을 받으며 전국의 자연환경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하는 일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저와 이 실장은 ‘시민이 생태를 관찰한 결과물이 사회적으로 더 의미 있게 쓰일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자연스레 하게 됐어요.”
강 대표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대학원에서 찾는다. 산림생태학을 공부하며 ‘시민과학’이라는 개념을 접한다.
“이미 유럽과 북미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활동이 활발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는 시민과학이 아직 낯선 개념이었어요. 이게 가능해지려면 시민참여를 이끌어줄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시민들이 참여한 기록들이 생태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해 네이처링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어요.”
이후 2년간의 준비 끝에 2014년 ‘네이처링’이 세상에 나왔다.
“일반적으로 기록은 경험한 어떤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하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기록하는 대상은 생물이에요. 그래서 생물을 대상화해 예쁘거나 아름다운 모습만 사진으로 포착해 공유하는 것보단, 생물이 생태계에 어떻게 뿌리내리고 살아가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담긴 기록물을 올릴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왔어요.”

미적 요소만 강조한 사진은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걸러냈다. 그러면서 네이처링만의 공유 문화가 생겼고, 유의미한 기록이 쌓였다.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활용된다. 과학 분야의 연구 자료로 쓰이거나 제도 개선을 위한 근거로 쓰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는 네이처링에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야생동물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시민들이 방음벽에 야생 새들이 충돌하는 사례를 기록한 데이터는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며 관련 법이 바뀌었다(현재 공공기관 건물이나 방음벽 같은 곳에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많은 회원들이 열정적으로 사진 기록물을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이유는 내가 기록한 대상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한다는 경험이 쌓여서일 거예요. 더불어 제도를 개선하거나 연구에 활용하는 사례를 보며 ‘내 기록의 가치’를 아는 거죠.”
“도시민이라면 근처의 산에 가 야생생물을 기록해보세요. 대상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이 생물은 왜 여기에 살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겨요. 그러면서 생태계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예요. 시골에서 전원생활 중이라면 마당의 나무를 기록해보세요.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기록을 하다 보면 자연으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는 일도 생긴다.
“초등학생 때부터 벌에 빠져 온갖 종류의 벌을 기록한 회원이 있는데 그 기록물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해 환경 관련 학과로 대학에 진학하더라고요. 10년이 넘는 투병생활의 고통을 자연을 기록하는 것으로 이겨내며 산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고요.”
최근 네이처링의 관심은 ‘다음 세대’로 향하고 있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협력해 학생용 플랫폼인 ‘스쿨네이처링’을 만들었다.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학교와 마을에 있는 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의미는 확실하지만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플랫폼이다. 그런데도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확장해가는 원동력이 무엇일지 강 대표에게 물었다.
“저희 가족들도 제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여전히 이해를 못해요. 그래도 창업을 할 때부터 바람이 있었어요. 소중한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시민들이 함께 지켜나가는 문화가 더 공고해지길 바라요. 이제까지 그랬듯 이 목표를 계속 지켜갈 생각이에요.”
글 윤혜준 기자 | 사진 고승범(사진가), 네이처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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