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수십억 신화…대만 뒤흔든 K-치어리더, 그들은 어떻게 아이돌이 됐나

김태현 기자 2025. 8. 14.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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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일당 15만 원으로 부업에 그쳤던 치어리더들이 바다 건너 대만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톱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이다혜, 안지현, 이주은 등 한국 치어리더들의 대만 진출 러시가 새로운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먼센스] 한국 스포츠 경기장의 꽃으로 불리는 치어리더들. 하지만 화려한 조명 뒤 숨겨진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하루 경기에 투입되어 치어리더로 활동하면 일당 약 10~20만 원을 받는다.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링 등 개인 관리 비용과 연습에 투입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결코 높지 않은 금액이다. 더욱이 야구는 그나마 매일 경기가 있지만, 주말에만 경기가 열리는 축구의 경우 월수입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한 종목의 치어리더 활동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워, 대부분 부업이나 아르바이트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타이베이돔에서 라쿠텐 몽키스 소속 치어리더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하지만 이들이 바다 건너 대만에서는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는 스타가 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다혜, 안지현 등 1세대 진출자에 이어 '삐끼삐끼' 신드롬 이주은 등 수많은 한국 치어리더들이 대만 프로야구 구단의 제안을 받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대만에서 치어리더의 위상은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 대만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한국 출신 치어리더들은 현지에서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누린다. 이들은 광고 모델은 물론 TV 예능프로그램까지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고, 대만 영화에 주연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대만 야구 경기장의 굿즈샵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야구 선수 관련 상품이 절반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온통 치어리더 관련 상품들이다. 일부 팀의 경우 치어리더에 특별히 힘을 쏟아 굿즈샵에서 치어리더 상품 비중이 야구 선수보다 더 높기도 하다. 심지어 야구선수 매장과 치어리더 매장을 아예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구단도 있을 정도다.

대만에서는 억대 연봉 스타로 변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다. 각 팀마다 치어리더를 아이돌처럼 관리하는 전담 마케팅팀이 있고, 이들의 성과가 치어리더 인기와 직결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스타 마케팅에 나선다. 초기에는 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이 광고를 붙여 치어리더의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가 올라가면 다른 기업들도 광고 모델로 섭외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마케팅팀의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어리더의 인기와 성과는 야구팀 순위만큼이나 구단 운영진 평가에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인기 치어리더를 많이 확보한 만큼 관중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구단 운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대만과 한국은 치어리더 운영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경우 야구 평일 경기에 약 4명 정도가 무대에 오르고, 특별한 경기에서도 8명 수준에 그친다. 응원단장 역시 1명만 배치된다. 반면 대만은 평일에도 20명의 치어리더가 무대에 오르며, 응원단장도 4명 정도로 운영한다. 

야구 구단 굿즈샵은 절반 정도가 치어리더 관련 상품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김태현 기자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대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 때문이다. 대만은 다른 나라와 달리 야구 홈팀이 1루와 3루 측 응원석을 모두 사용한다. 응원단장 1명과 치어리더 10명씩을 1루와 3루에 각각 배치하는 것이다. 

2024년 연말 '프리미어12'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이런 문화 차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루와 3루 응원석 모두 대만 응원단이 배치된 것을 본 한국 관중들이 의아했고, 일부는 '텃세'로 인식했지만, 이는 사실 대만의 일반적인 야구장 문화로 이해하면 된다.

치어리더 활동 방식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치어리더가 응원 단상 위에서만 응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아이돌 수준의 인기를 누리는 대만에서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별도의 공연을 펼친다. 춤과 노래는 물론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화려한 조명과 대규모 무대까지 준비해 마치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치어리더가 야구선수만큼 중요한 대만 야구

이처럼 독특한 대만 치어리더 문화에 처음 진출한 한국 치어리더는 이다혜로, 그는 2023년에 대만으로 넘어갔다. 각 구단 간 치어리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 인재 영입 아이디어가 나왔고, 타오위안을 연고지로 하는 라쿠텐 몽키스가 이다혜를 영입했다. 이다혜는 한국 국제번호 82를 등번호로 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이다혜의 성공은 폭발적이었다. 활동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데뷔 2개월 만에 치어리더 인기 순위 2위에 올랐고, 2023년 연말에는 인기 연예인 순위 5위까지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대만 스타로 자리잡았다. 현재 대만 여행을 가면 각종 광고에서 이다혜의 얼굴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탁월한 중국어 실력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정도여서 현지인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다혜의 성공을 목격한 대만 각 구단들은 경쟁적으로 한국 치어리더 영입에 나섰다. 2024년 안지현, 이아영 등이 진출했고, 2025년 개막 시점에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한국 치어리더가 10명을 넘어섰다. 특히 2025년 '삐끼삐끼'로 화제를 모았던 이주은의 영입은 축구로 비유하면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을 때와 같은 열풍을 일으켰다. 이주은 역시 이후 각종 광고 모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주은이 소속된 푸방 가디언스(푸방 엔젤스) 치어리더들이 그라운드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 사진=이주은 인스타그램

한국 치어리더들의 약진은 계속돼 대만 치어리더 인기 순위 10위 안에 한국인 8명이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대만의 숲(아프리카)와 비슷한 '랑 라이브'에서도 한국 치어리더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라이브 스트리머로 데뷔시키고 있다.

이주은 치어리더는 영입 당시 '연봉 4억 4000만 원' 계약설이 나오기도 했다. 일당 10~20만 원 남짓인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대만 내 K-치어리더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구단이 직접 지급하는 연봉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는 구단 산하 엔터테인먼트 자회사가 해당 치어리더를 통해 1년간 광고, 행사, 굿즈 판매 등으로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하는 '수익 보장 계약'에 가깝다는 것이다.

'삐끼삐끼' 이주은까지, 한국 치어리더 대만 러시

한국 치어리더 업계 관계자 A 씨는 "대만이 한국보다는 일당을 더 쳐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차이나는 건 아니다"라면서 "대만은 구단마다 치어리더를 관리하고 광고 영업까지 뛰는 엔터 자회사가 있다. 이주은의 계약은 '우리가 당신의 스타성을 활용해 1년에 4억 4000만 원 이상을 벌게 해주겠다'는 약속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이주은 치어리더가 1년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4억 4000만 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을 것으로 본다. 대체적인 시장 예상으로는 KBO 신인 야구선수의 100배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국의 구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셈이다. 한국에서는 치어리더가 대행사에 소속되어 여러 구단에 파견을 나간다. 축구의 경우 홈경기만 뛰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 무대에 서는 것이 전부이고, 경기가 잦은 야구조차 월 15회 정도가 최대치다.

이다혜 치어리더가 '노빠꾸 탁재훈'에 출연해 광고 18개 이상을 소화했고, 처음 찍은 광고가 코카콜라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노빠꾸탁재훈 캡처

한 베테랑 치어리더는 "축구만 하던 시절에는 부업이나 취미에 가까웠다. 본업이 되려면 한 달에 최소 15번 이상은 일해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경기당 페이가 거의 전부인 한국과 달리, 대만은 치어리더의 스타성을 기반으로 한 부가 수익 창출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실질적으로 대만에서 1등으로 알려진 이다혜 치어리더는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에 출연해 18개 기업의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도 대만 진출에 성공한 한국 치어리더들을 적극 섭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인들은 과자, 라면 같은 식음료 제품과 새로운 경험에 아낌없이 소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 한국 면세점에서 새로운 식음료를 발견한다면 상당한 금액을 지출한다. 이때 대만인들에게 친숙한 한국 치어리더를 모델로 활용하면 소비 촉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 식음료 제품 마케팅 담당자는 "대만 치어리더를 모델로 활용한 후 면세점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대만을 오가는 겸직 치어리더들

흥미로운 점은 대만 진출에 성공해 10위 내에 포진한 한국 치어리더들 다수가 한국 야구 치어리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지현 치어리더는 타이강 호크스 윙스타즈 소속이면서도 SSG 랜더스에서 활동하고, 이주은 치어리더는 대만 푸방 가디언스(푸방 엔젤스) 소속이지만 한국 LG 트윈스 치어리더로도 활동한다. 염세빈 치어리더 역시 라쿠텐 몽키스(라쿠텐 걸스) 소속이면서 NC 다이노스를 겸직하고 있다.

이런 겸직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만의 독특한 문화 때문이다. 1루와 3루를 모두 홈팀이 사용하는 대만의 특성상, 팀이 원정을 가면 치어리더가 활동할 무대가 없어진다. 교대로 무대에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에 10일 정도만 활동하면 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에는 한국에서 치어리더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과 대만을 오가는 시간과 피로도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 받는 일당이 결코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인기 순위가 오른 치어리더들에게는 사실상 무급 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염세빈 치어리더. 사진=김태현 기자

이들이 겸직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 치어리더 업계 관계자 B 씨는 "일종의 향수병으로 한국 팬들과 계속 만나기 위해 치어리더 활동을 지속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잊혀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며 "다만 대만 활동이 시작된 지 약 2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몇 년 뒤에도 계속 병행할지는 의문이다. 고생에 비해 댓가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타이베이돔에서 만난 염세빈 치어리더는 <우먼센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방 야구팀을 너무 좋아한다. 해당 지역만의 감성, 끈끈한 느낌을 너무 사랑해서 그걸 생각하며 다니고 있다"며 "몸은 힘들지만 내년에도 할 수만 있다면 병행을 계속하고 싶다. NC 다이노스에서 '마산 스트리트'를 들으면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감동이 오래간다"고 말했다.

대만에서의 한국 치어리더 인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올 시즌이 끝나고 내년 새로운 시즌부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에 진출한 한국 치어리더가 많아졌고, 모두가 인기를 얻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미래는?

업계 관계자 B 씨는 "지금까지는 블루오션이었지만, 내년부터는 레드오션으로 점점 진입할 것으로 본다"며 "각 치어리더마다 중국어 실력 향상 등 각자만의 경쟁력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 치어리더들의 대만 진출이 늘어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치어리더들이 대만 진출을 위해 기본 조건으로 여겨지던 서울-대만 항공료 지급, 호텔비까지 포기하는 경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염세빈 치어리더가 소속된 라쿠텐 몽키스가 응원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B 씨는 "한국 치어리더들이 스스로 몸값을 내리면서 한국인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면서 "대만 일당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자비로 부담하면 적자를 보면서 일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받아야 하는 조건조차 우리 스스로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소한의 조건은 요구하는 풍조가 있어야 시장이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며 "무분별한 진출보다는 적정한 조건을 유지하면서 진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든 치어리더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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