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영웅의 집터… ‘무뎌지는’ 광복의 숨결 [집중취재]

오민주 기자 2025. 8. 1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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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10곳 중 9곳 방치법도, 관리도 없는 독립의 흔적 경기도내 독립운동 사적지의 10곳 중 9곳이 훼손되거나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독립운동가의 집터는 방치된 채 무너져가고 있지만, 법적 보호 장치와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어 복원은커녕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훼손이 사적지에 대한 법적 보호 규정이 없고, 관리 주체가 불명확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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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독립운동 사적지 93% 훼손... 법적 보호 규정·관리 주체 불명확
사적지 소유자 동의 없이 수리 불가... 지자체 대다수 자율적 노력에 의존
道 “민간단체 등 지원 요청시 논의”
화성시 장안면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차병혁 선생 생가에 빛바랜 ‘독립유공자의 집’ 명패가 걸려 있다. 윤원규기자

사적지 10곳 중 9곳 방치…법도, 관리도 없는 독립의 흔적
경기도내 독립운동 사적지의 10곳 중 9곳이 훼손되거나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독립운동가의 집터는 방치된 채 무너져가고 있지만, 법적 보호 장치와 명확한 관리 주체가 없어 복원은커녕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13일 독립기념관에서 운영하는 ‘국내 독립운동·국가수호 사적지’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에는 ▲3·1운동 170곳 ▲의병전쟁 39곳 ▲해외독립운동가 10곳 ▲의열투쟁 6곳 ▲기타 33곳 등 총 258곳의 사적지가 있다. 이 가운데 멸실된 곳이 105곳, 변형된 곳이 135곳으로 전체의 93%가 원형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된 곳은 7곳, 복원된 곳은 11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훼손이 사적지에 대한 법적 보호 규정이 없고, 관리 주체가 불명확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문화재의 경우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관리·보호 의무가 강제되지만, 사적지는 이러한 법적 보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가보훈부에서 현충 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사적지는 법적으로 지정된 관리 주체가 없다. 현충 시설로 지정되려면 소유자가 국가보훈부에 신청해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 사유지여서 토지와 건물 소유주의 의사가 중요하다. 도내 한 시·군 관계자는 “사유지 건물의 변경이나 수리는 소유자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현충 시설이나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사적지는 지자체가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각 시·군이나 민간단체의 자율적 노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독립운동기념사업회에선 자체 회비를 모아 독립운동가의 사적지를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지자체에서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은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업적을 기릴 수 있는 사적지 관리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단순히 인물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적지를 보존·활용할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독립유공자의 생가 관리를 도에서 지원한 사례는 없다”며 “민간단체 등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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