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곰팡이 가득… 독립운동가 생가 ‘방치’ [집중취재]

오민주 기자 2025. 8. 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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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년, 기억은 사라졌다방치된 독립운동가 생가 "독립운동가의 집이 폐가와 다름없습니다."

13일 오전 10시께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여성 독립운동가 정현숙 선생의 생가.

같은 날 화성시에 있는 독립운동가 차병혁 선생의 생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기도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80인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해 업적을 알리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의 생가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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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광복 80주년 맞아 독립운동가 80인 선정... 일부 생가 훼손 심각
대책 필요 “지자체, 보존 잘 되도록 지원해야”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정한 80인의 독립운동가 생가 중 일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사진은 외벽이 갈라지고 지붕이 기운 채 방치된 정현숙 선생의 생가. 김시범·윤원규기자

광복 80년, 기억은 사라졌다…방치된 독립운동가 생가
“독립운동가의 집이 폐가와 다름없습니다.”

13일 오전 10시께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린 여성 독립운동가 정현숙 선생의 생가. 벽체 일부는 부서져 내부 목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기울어진 지붕은 간신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집 안 구석구석에는 낡은 생활용품과 각종 폐기물이 뒤엉켜 방치돼 있었다. 정현숙 선생의 후손 정임호씨(72)는 “최소 130년 이상 된 건물이라 보수를 하고 싶지만, 내가 나이가 많아 쉽게 손을 댈 수 없다”며 “가끔 풀을 뽑거나 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이 전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화성시에 있는 독립운동가 차병혁 선생의 생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1919년 3월1월 이후 주민들과 대규모 시위대를 이끌어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의 집은 외벽 곳곳이 깊게 갈라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이미 무너져 벽체 사이로 드러난 목재는 햇빛에 바래고 갈라져 있었고, 습기에 젖은 벽지에서는 곰팡냄새가 진동했다.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정한 80인의 독립운동가 생가 중 일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사진은 거미줄이 드리운 차병혁 선생의 생가. 김시범·윤원규기자


여주에 있는 엄항섭 선생의 생가터는 밭으로 변해 있었다. ‘독립운동가 엄항섭 생가’임을 알리는 표지판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고,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또 용인시 기흥구 농서동 일대는 김혁 선생의 생가 주소로 기록돼 있었지만, 주차장으로 사용되면서 과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80인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해 업적을 알리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의 생가가 심각하게 훼손되거나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의 생가와 집터를 보존하는 일은 호국정신을 계승할 뿐 아니라 역사적 가치도 높은 만큼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정한 80인의 독립운동가 생가 중 일부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허물어져 가고 있다. 사진은 잡초가 무성하게 뒤덮인 엄항섭 선생의 생가터. 김시범·윤원규기자


13일 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함께 도내 독립유공자 중 80인을 선정해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현재 국가보훈부 공훈록에 기록된 경기도 출신 독립운동가는 본적 기준 약 1천531명이다. 도는 오는 15일 ‘우리가 되찾은 빛, 제대로 반듯하게’라는 주제로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하고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80인의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선정된 일부 인물의 생가터는 원형이 훼손되거나 존재 자체가 잊힌 상태다. 일부 민간단체나 시·군의 일회성 사업으로 표지판만 세워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선 80인의 독립운동가를 선정만 해놓고 정작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생가 등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근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장은 “내부 회비를 모아 독립운동가 집터에 표지판을 설치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의 생애와 역사를 보존하려는 관심이 부족하다“며 “대부분 독립유공자의 집터가 이미 사라졌는데, 남아있는 집만이라도 보존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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