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받던 한국 의사가 선진국에 술기 가르치는데… "의료 공든 탑 무너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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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의학 학술지 '란셋'에는 2000~2014년 세계 71개국 암 환자 3,750만 명을 대상으로 18개 암에 대한 국가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가 실렸다.
이윤석 교수는 "10년 정도 지나면 대장암 분야에서 고숙련 외과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한국 의료의 수준과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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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대장암·직장암 5년 생존율 세계 최고
"모든 걸 해외서 배웠는데 격세지감 느껴"
70년 만에 비약적 발전했지만, 쇠퇴 위기
"수가 개선하고, 지역별 국립병원 키워야"

2018년 의학 학술지 ‘란셋’에는 2000~2014년 세계 71개국 암 환자 3,750만 명을 대상으로 18개 암에 대한 국가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가 실렸다. 한국 암 환자 생존율은 전반적으로 상위권이었고, 2010~2014년 위암(68.9%)과 대장암(71.8%), 직장암(71.1%)의 5년 생존율은 가장 높았다. 특히 대장암 5년 생존율이 70%를 넘은 국가는 한국과 이스라엘, 호주뿐이었다. 미국(64.9%), 일본(67.8%), 독일(64.8%), 프랑스(63.7%), 영국(60.0%)보다 높은 수치다. 직장암 역시 70%를 상회한 국가는 한국과 호주밖에 없었다.
최근 미국대장항문학회에 초청받아 직장암 수술의 고난도 술기(측방‧림프샘 절제술)를 강연한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7년 전 이미 한국 의료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라며 “거의 모든 걸 해외에서 배워야 했던 전공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가 참여한 새로운 직장암 단일공 로봇수술 연구는 올해 6월 국제학술지 출판사인 와일리에서 ‘최다 인용 논문’에 선정됐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 미국 국무부가 의료‧농업‧공학 인재 양성을 위해 무상원조 프로그램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시행했을 정도로 열악했던 한국의 의료는 70년 만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암 병원 평가(2024년)에서 삼성서울병원(3위)과 서울아산병원(5위), 서울대병원(8위)이 10위 안에 들었을 정도다. 이윤석 교수는 “미국‧유럽 의사들이 로봇수술하는 걸 직접 보고 싶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장기 이식도 최상위권이다. 서울아산병원은 미네소타 프로젝트의 주관 교육기관이던 미국 미네소타 의대에 2015년부터 생체 간이식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의료 스승이던 미국에 의술을 전수한다는 건 한국 의료가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이 올해 5월 간이식 9,000례를 달성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단일 의료기관 기준 세계 최초이자 최다 기록이다. 2010~2024년 54개국 800여 명의 의사가 이 병원에서 간이식 연수를 받았는데, 그중 미국(97명)과 독일(43명), 영국(22명), 일본(13명), 캐나다(7명) 같은 선진국 의사도 다수다.
한국 의료는 그러나 지속적 성장과 점진적 쇠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가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윤석 교수는 “10년 정도 지나면 대장암 분야에서 고숙련 외과 의사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한국 의료의 수준과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영재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수가(진료비)를 큰 폭으로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병원에 환자와 의사 모두 쏠리는 현상을 막아야 지역 간 의료 격차도 해소할 수 있다. 김희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방 거주민이 서울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보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4,121억~4조6,270억 원에 달한다”며 “지역 내 국립병원이 해당 지역의 중추적 의료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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