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회담 앞두고 '김정은-푸틴 통화'...푸틴이 북미 대화 중재하나

조영빈 2025. 8. 1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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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통화 사실이 13일 공개됐다.

15일(현지 시간) 예정된 미국과 러시아 간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라 '북러 통화→미러 회담' 구도가 형성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주선 카드를 유화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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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지도자의 해외 정상 통화 첫 공개
"미러 정상회담 정보, 북한과 공유"
김정은→푸틴→트럼프 '간접 대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2일 전화 통화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통화 사실이 13일 공개됐다. 15일(현지 시간) 예정된 미국과 러시아 간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라 '북러 통화→미러 회담' 구도가 형성됐다.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해서도 북러 정상 간 물밑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남북 대화 경색 국면을 풀지 못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로선 자칫 애매한 위치에 서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대화 활로를 모색할 전망이다.


'金-푸틴 핫라인' 확인...격상된 북러관계 과시

2017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함부르크=AP 연합뉴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를 했다고 전하며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시고 따뜻한 동지적 분위기 속에서 대화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와 외국 정상 간 통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러 정상 간 '핫라인'이 가동되고 있는 점을 보여주며 격상된 북러관계 수준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러는 지난해 6월 '일방이 전쟁에 처할 경우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최소 1만 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실제 이날 통화에서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관한 두 정상의 평가가 오갔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 영토 해방 과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제공한 지원과 조선인민군 군인들이 발휘한 용감성, 영웅주의, 희생정신을 다시금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또한 두 정상은 "모든 분야에서의 협조 관계가 더욱 심화 발전되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의 협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종전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북한이 언제든 추가 파병할 수 있다는 양국 간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개인 접촉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초대를 수락한 김 위원장이 올해 러시아 답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푸틴 메신저' 활용하나...고민 깊어지는 李정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연합뉴스

러시아 크렘린궁은 12일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미러 정상회담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북미 대화 재개 의중이 푸틴의 입을 통해 트럼프에게 전달될 것"이라며 "세 나라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타이밍"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주선 카드를 유화책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의 대화 의지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인 상황이다. 다만 북한 측 발표에는 미러 정상회담 정보를 공유했다는 내용은 빠졌다.

이재명 정부의 고민은 깊어졌다. 남북 대화가 요원한 상태에서 러시아가 가교를 놓는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8월 25일)이 예정돼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를 지지하며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의 중재를 경험했던 만큼 이 대통령에게도 일정한 역할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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