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본에서 ‘연어덮밥’은 낯설어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2025. 8. 14. 0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오마카세 스시집에서 연어회를 제공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에노모토 야스타카

한국의 일식집에서는 연어덮밥(사케동)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이 보기엔, 연어를 날것으로 사용하는 요리를 ‘일식’으로 분류하는 게 어색하다. 물론 일본인에게 연어는 매우 대중적인 생선이다. 연어구이는 아침 단골 메뉴이며, 점심·저녁 식사에도 자주 등장한다. 다만 일본에서 유통하는 천연산 연어(첨연어, 은연어)는 기생충이 있어 생식은 금기였다. 이 때문에 전통 일식에서 연어를 날것으로 먹는 경우는 없었다.

일본인이 연어를 회로 먹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80년대 노르웨이에서 대서양 연어 양식이 활발해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과잉생산으로 연어 가격이 하락할 위기에 처한 노르웨이는 연어 소비국을 찾던 중, 멀리 극동에 있는 일본이 연어를 즐겨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프로젝트 재팬(대서양 연어 일본 수출 계획)’이 시작됐다. 철저히 관리한 대서양 연어는 기생충 걱정 없이 생식이 가능했다. 마블링이 풍부한 참치회를 사랑하는 일본인이라면 대서양 연어에도 호감을 가질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연어는 날로 먹지 않는다’는 일본인의 관습을 깨는 일은 쉽지 않았다.

노르웨이 측은 대서양 연어를 팔기 위해 이름부터 바꿨다. 일본어로 연어를 뜻하는 ‘사케(鮭)’ 대신, 수입 양식 연어는 ‘사몽(サーモン·salmon의 일본식 발음)’으로 부르게 했다. ‘아니, 그냥 영어로 바꾼 것뿐이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몽’은 곧 생식이 가능한 양식 연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덕분에 일본 회전초밥집에서는 ‘사몽’이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전통을 중시하는 스시집, 특히 고급 오마카세 업계에서는 여전히 연어를 쓰지 않는 곳이 많다. 반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부 스시집에서는 양식 연어를 제공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 최근까지는 양식 연어 대부분이 외국산이었지만, 이제는 일본 국내에서도 양식이 이뤄지며 지역의 브랜드 연어로 판매하는 업체도 나왔다.

일본인이 연어를 날로 먹는 문화는 비교적 최근에 형성됐으며, 지금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일본에서 연어초밥이나 덮밥을 맛볼 기회가 있다면, 이러한 배경을 알고 먹으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