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떠도는 암 조각 채취… 조기에 암 진단한다

36세 여성 환자 A씨는 복통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피검사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복통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녀 집안에 암 환자가 있어서, 혈액검사로 암 발생 여부를 알아보는 테스트를 받았다. 거기서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가 나왔다. 이에 대장내시경 검사 결과, 실제 대장암이 발견됐다. A씨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후속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A씨 나이가 어려서 대장암 발생을 의심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혈액검사로 암을 감지하는 테스트를 받지 않았다면, 대장내시경을 할 가능성이 적어서 대장암이 상당히 늦게 발견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중 암 조기 검진 뜬다
최근 A씨처럼 먼저 피검사로 암 발생 사실을 감지하고, 이어 기존 검사로 숨어 있던 암을 찾아 조기에 치료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혈액검사 한 번으로 여러 가지 암의 발생 사실을 조기에 찾아내는 ‘다중 암 조기 검진’(MCED, multi cancer early detection) 테스트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전립선암, 폐암 등을 찾아내 조기 치료에 나섰다는 사례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다중 암 조기 검진은 피를 10~20mL를 뽑는 한 번의 혈액검사로 이뤄진다. 원리는 이렇다. 몸속 어딘가에 암이 발생하여 자라기 시작하면 암 발생 초기라도 혈액으로 암 유래 유전자 조각이 흘러나와 돌아다닌다. 이를 순환종양핵산(ctDNA)이라고 부른다. 혈액 내에 존재하는 암세포 고유의 유전정보를 가진 DNA 조각이다.

이는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에 존재한다. 혈액을 원심분리하면, 백혈구·적혈구 등 알갱이는 아래에 남고, 위에는 액체 성분인 혈장이 모인다. 여기서 순환종양핵산, 즉 암 유래 DNA 조각을 분리 채취한다. 이를 대상으로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암 유전자 변이나 DNA 조각에 달라붙는 구조물 메틸기 패턴을 분석하여 어떤 암이 발생했는지 감지하게 된다. 최근 미국 암학회 학술지는 이런 방식으로 통상적인 방법으로 암 진단을 받기 3년 전 또는 그보다 더 이른 시기에 암 발생 사실을 감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암 검진 방식이 바뀔 전망
다중 암 조기 검진은 지난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대장암 혈액검사로 승인한 이후, 생명공학 회사의 잇따른 제품 출시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양대국제병원, 명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 검진센터에 도입되고 있다.

현재 대장암, 위암, 간암, 췌장암, 폐암,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 한국인에게 흔히 생기는 암종에 대해 검사가 이뤄진다. 검사 결과는 대개 “무슨 무슨 암 발생 시그널이 있습니다”라는 형태로 보고된다. 암 발생 예측 1순위, 2순위로 제시되기도 한다. 암 전문가들은 다중 암 조기 검진은 향후 방광암, 신장암, 자궁체부암 등 20여 종의 암으로 확대되며, 암을 조기 발견하려는 기존 검진 방식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암정밀의료 기술회사 아이엠비디엑스(IMBdx) 차용준(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의학총괄책임(CMO)은 “암 발병 위험이 높은 고령자나 장기 흡연자, 원인 모를 체중 감소 같은 암 발생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 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에서 혈액검사를 통한 다중 암 조기 검진이 권장된다”며 “혈액 내 돌아다니는 암 유전자 조각 분석 방식으로 암 치료 후 재발 여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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