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의 마스크를 벗는 용기

김지현 서원대 패션의류학과 교수 2025. 8. 1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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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2025년 여름방학,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마스크를 쓴 이를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시애틀의 번화가와 휘슬러의 관광지에는 다양한 인종과 세대가 자유롭게 얼굴을 드러내며 활기찬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팬데믹의 흔적은 여전했지만, 그들의 표정에서는 두려움 대신 회복된 일상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 모습은 자연스럽게 나의 일터인 대학 캠퍼스를 떠올리게 했다. 상황은 다르지만, 코로나 종식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교정에서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제는 마스크 착용자가 다수는 아니지만, 아직도 이따금씩 마주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조심스러움이 엿보인다. 특히 무더위 속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단순한 습관이라기보다 무언가를 감추고 싶은 마음이 읽힌다.

이유를 물으면 "화장을 안 해서요", "머리를 못 감아서요", "그냥 보여주기 싫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 뒤에는 외모에 대한 불안, 자신감 부족,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와 보도에서도, 코로나 이후 마스크는 감염 방지 도구를 넘어 외모 스트레스와 사회적 불안의 심리적 방패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은 문화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꾸밈 없는 모습도 자기답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잘 나온 셀카'와 외모 평가에 익숙한 문화에서 살아간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점점 자신을 숨기게 되고, '차라리 보이지 않겠다'는 심리로 이어진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와 태도에 대한 평가 문화 역시 학생들이 더욱 조심스럽게 자신을 가리게 만드는 요소다.

팬데믹 시기 친구들과의 단절, 비대면 수업의 반복도 학생들의 사회적 감각을 약화시켰다. 낯선 사람과의 연결을 피하고 '보이는 나'에 대한 불신과 자기검열이 깊어지면서 마스크와 모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최근 상담을 통해 진로나 관계, 심지어 자퇴까지 고민하는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그 안에는 대체로 관계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왜 내가 나를 숨기고 싶은가?'를 스스로 질문해보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작은 용기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보길 권한다. 친구에게 인사하며 눈을 맞추고, 거울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나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가정과 학교는 아이들의 이런 자각의 과정이 좌절되지 않도록 지지해야 한다. 감정 표현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자녀에게는 비난보다 공감과 기다림이,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차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하버드대학의 '성인 발달 연구'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핵심이 돈이나 명예가 아닌 '좋은 인간관계'임을 보여준다. 친밀한 가족, 친구, 타인의 지지가 삶의 질과 정서적 안정을 결정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완벽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조금씩 자신을 드러낼 때 비로소 서로의 마음에 닿을 수 있고, 진정한 연결과 성장이 시작된다.

마음을 열고 용기 있게 타인과 어울리는 그 작은 시도가 바로 행복한 삶의 출발점임을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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