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그 많은 인재 어디로 갔나

사람이 재산이다. 조직도 국가도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전 세계가 인재 전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살기 위해, 이기기 위해, 최고가 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인재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내세우는 핵심 정책 중 하나가 인재 육성이다.
이재명 정부 역시 이공계 인재 육성을 통한 AI 3대 강국 실현을 선언했다. 오는 9월에는 이재명 정부 '제1호' 이공계 인재 정책이 발표된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2일 과학기술인재 유출 방지 및 유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 합동 TF(태스크포스)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이공계 진로 기피, 국내 양성 인재의 해외 이탈, 이공계 재직자들의 사기 저하 등 과학기술 인재 생태계 전반에 걸친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논의했다.
문제는 인재로 키워야 할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1위는 운동선수였다. 중학생와 고등학생은 교사가 희망 직업 1위로 꼽았다.
특히 초, 중학생의 희망 직업 상위 10개를 보면 의사, 크리에이터, 요리사, 법률전문가, 뷰티디자이너, 약사 등이 포함됐지만 이공계열 관련 직업은 순위에 없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진로에 대해 10명 중 9명이 이과를 희망했지만 선호하는 학과는 대부분 의대, 치대, 약대 등 메디컬 학과로 나타났다.
이공계열 기피는 대입 지원자 수에서도 드러난다.
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전국 계열별 정시 지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메디컬학과 지원 인원은 2만2546명으로 전년 대비 18.4%(3509명) 늘었다. 반면 이공계 특성화 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개 대학의 정시 지원자는 4844명으로 전년(6743명)보다 28.2%(1899명) 줄었다.
안정된 직업과 고소득이 보장돼 사회적 특권을 누릴 수 있는 메디컬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이공계열로 진학한 상위권 학생들도 반수, 재수를 해서라도 메디컬학과 진학을 꿈꾼다.
설령 과학자나 연구원, 교수가 되고 싶어 이공계열에 진학해 유학을 떠난 고급인력들은 해외에서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만난 지인의 아들은 10년간의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아들의 얘기를 들려준 그는 "아들의 지도교수는 유학생들에게 학업을 마치면 모국으로 돌아가 배운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의무가 있는데 한국 학생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눌러앉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과학기술인력통계'에 따르면 미국 대학 졸업 후 현지에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한국인이 2023년 기준 14만4000명에 이른다.
미국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학사 이상의 고급인력에게 발급한 임시취업비자 'H-1B' 중 한국인은 모두 2만168명. 매년 미국으로 2000여명의 인재 유출이 발생하는 셈이다.
젊은 인재들이 미국 등 해외에 남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외국에 정착할 이유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과제를 지속성을 갖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 과제를 수행하려면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서 무조건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연구 과정에서 실패는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실패는 곧 세금 낭비로 직결된다. 연구도 숙제처럼 해야 하는 현실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교육부 장관 자리는 비었다. 정치적 셈법에서 논외 대상인 교육. 국가의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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