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무궁화처럼 꺾이지 않는 뿌리를 위해

김중걸 기자 2025. 8. 1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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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올해도 광복절이 다가왔다. 그러나 올해는 특별하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에서 벗어난 지 꼭 80년이 되는 해다. 역사로 치면 한 세대가 세 번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지만, 광복과 해방, 종전이 남긴 상흔은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깊게 남아 있다. 특히 일본 사회의 역사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일본 여론조사에서 일본인 10명 중 6명이 총리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답했다. 태평양 전쟁의 성격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한 응답자는 42%에 불과했고, 자위권 전쟁이라고 주장한 이도 12%나 됐다. 한일 관계를 '나쁘다'고 평가한 응답이 64%에 달하는 현실은 과거의 그림자가 얼마나 짙은지 보여준다. 전쟁 범죄와 무고한 희생에 대한 성찰이 결여된 사회에서 세계 평화의 씨앗이 자라기 어렵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담보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러한 때에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 겨레의 꽃, 무궁화가 의미심장하게 피었다. 강원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에 있는 국내 최고령 무궁화가 극심한 폭염과 가뭄을 이겨내고 한 그루 가득 꽃을 피웠다. 120년이 넘는 나무다. 보통 무궁화 수명이 40~50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 나무는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을 묵묵히 지켜본 산증인이다.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과 꿋꿋한 기상은, 광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우리도 무궁화처럼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진정한 해방과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자주국방과 부국강병, 유비무환의 정신은 과거 이순신 장군과 선조들이 남긴 유산이자 오늘의 지침이다. 나아가 무궁화는 단순히 국가를 상징하는 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품어온 자존심과 끈기를 형상화한 생명체다. 그 뿌리가 깊듯, 우리의 역사 의식과 민족혼도 깊게 자리 잡아야 한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움직임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독립기념관은 기념 빵과 쿠키 세트를 출시하고 유통업계도 세대 간 소통과 애국 소비를 장려한다. 유통업계는 '광복 80주년 도시락', '태극기 도시락 캠페인', 문화유산 이미지를 담은 기념상품 등을 내놓아 판매 수익금을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과 기부로 연결하고 있다. 의미 있는 소비가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또한 역사와 정신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도 열린다.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은 봉오동 전투 재현행사를 통해 국권 회복에 헌신한 독립유공자들의 정신을 되살린다. 남양주시는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의 사진에 AI 기술로 한복을 입혀 전시함으로써, 잊힌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경남 양산시립독립기념관은 '영축산의 외침, 나라를 구하다' 특별기획전을 열어 통도사 고승들의 항일 독립운동을 조명한다. 구하, 양만우, 김말복 스님 등은 사찰의 재정과 교육, 상해임시정부 지원에 이르기까지 항일의 전선을 넓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통도중학교의 배일교육 실천을 입증하는 사진과 서류, 구하 스님의 저항시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 자료가 처음으로 선보인다. 광복절 당일에는 야간 관람도 가능해, 시민들에게 한층 깊은 역사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리가 맞이한 광복 80년은 단순히 국권을 되찾은 기쁨만으로 채워질 수 없다. 일제 강점기라는 고통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분단과 동북아의 긴장 속에서 주권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 더 강해져야 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주변국의 군사적 팽창이 여전한 오늘, 광복절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을 넘어 미래를 준비하는 날이어야 한다. 무궁화가 사계절의 풍상에도 살아남아 매년 꽃을 피우듯, 우리도 그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한다. 진정한 광복은 국토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정의와 평화, 인권이 뿌리내린 사회를 이루는 데 있다. 이것이야말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값진 유산이며, 80년 전 선열들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바로 그 나라다. 오늘 우리가 무궁화 앞에서 다짐해야 할 것은, 단지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의를 세우고, 공동체를 지키며, 세계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광복 80년을 진정한 미래 100년의 초석으로 만드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상처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를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역사는 단지 기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될 때 비로소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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