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대책 없는 대도시 빈집…아이들이 씨앗 들고 나서자 벌어진 일

이상엽 기자 2025. 8. 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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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가 많이 올 때 더 위험한 곳이 바로 빈집입니다. 대도시 부산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아이들이 색다른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도 있었다는데요.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람 없는 골목을 지키는 건 노란 고양이였습니다.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고 따라오라는 듯 돌아봅니다.

풀숲을 헤치고 걸어간 곳, 빈집이었습니다.

빈집들이 많은 골목입니다.

이쪽에 보시면 접근 금지라는 통제선이 쳐졌습니다.

계단 위로 더 올라가 보겠습니다.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계단인데요.

사람이 사는 곳과 살지 않는 곳이 함께 있다 보니까 이렇게 비가 올 때는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골목 안쪽으로 더 올라와 보니 이 지역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경고문도 붙었습니다.

그리고 집과 집 사이에 지붕 구조물이 무너진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도 빈집인데 입구가 아예 쓰레기로 꽉 차서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집 안쪽을 살펴보니 풀이 많이 자랐습니다.

하나둘 떠났지만 들어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빈집은 방치됐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철거할 수 없습니다.

[주민 : 저기서 이만한 구더지가 올라와요. {두더지?} 네, 구더지. {구더기 말고 두더지요?} 네. {여기 두더지가 있어요?} 벌거지.]

우리나라 2번째 도시 부산은 전국 특별시와 광역시 중 빈집이 가장 많습니다.

부산진구만 1800여 채에 이릅니다.

다른 동도 더 살펴봤습니다.

빈집에 붕괴 위험이라는 경고문이 붙었는데요.

이렇게 손만 잠깐 대도 떨어질 것 같이 위험한 상태입니다.

사람이 많고 집은 모자랐던 시절이 불과 몇십 년 전입니다.

[박정훈/주민 : 산업화 시기에 커다란 신발 공장들이 많았어요. 한 건물에도 뭐 10가구 이상 살았을 정도로…]

저출생, 고령화, 재개발, 저발전 등 여러 문제가 얽혔습니다.

[박정훈/주민 : 젊은 사람들이고 아이들이고 다 아파트 새로 지은 집으로 가고.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마을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떠나가고…]

조용하고 삭막하게 변해가던 이 마을, 지난 5월 작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지자체가 주인 동의를 받고 빈집에 텃밭을 만들었고, 동네 초등학생 아이들이 씨앗을 뿌렸습니다.

[김다온/초등학교 4학년 : 저는 토마토랑 고추랑 상추랑 깻잎이랑 오이를 키우고 있어요. {오늘은 하늘이 어때요?} 하늘이 직접 식물한테 물을 주고 있어요.]

[김주헌/초등학교 6학년 : 오이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뭔가 기분이 좋아져요. {오이를 좋아해요?} 아니요.]

[송현선/초등학교 4학년 : {현선이는 오이 좋아해요?} 네. 씹었을 때 겉에 부분은 딱딱했고 안에 부분은 말랑했어요. 파도 심고 싶고요, 대파. {대파도 잘 먹어요?} 잘 안 먹는데요.]

[김다온/초등학교 4학년 : 상추는 고기 먹을 때 쌈 싸서 먹어요.]

부스러진 빈집 사이에 아이들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이 소리를 들었는지 어느 날 제비가 날아와 둥지를 틀었습니다.

제비는 사람 많이 사는 곳을 찾아오는 환경지표종입니다.

빈집을 허물고 텃밭을 가꾼다고 해서 텅 빈 마을이 하루아침에 채워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흙을 다지고 씨앗을 심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일은 어쩌면 마을을 살리는 시작일지 모릅니다.

[작가 유승민 VJ 김진형 영상편집 홍여울 취재지원 장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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