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며] 숫자가 그린 2024년의 자화상- 이민영(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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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우리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한국인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통계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일과 학습 등 의무시간은 줄고 여가시간은 늘었음에도, 우리 삶의 가장 근원적인 회복시간인 수면시간이 조사를 1999년 시작한 이래 최초로 감소했다는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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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우리 삶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하루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한국인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통계는,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우리 사회의 자화상과 같다고 볼 수 있다. 2024년의 기록지는 여러모로 복잡하고 상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일과 학습 등 의무시간은 줄고 여가시간은 늘었음에도, 우리 삶의 가장 근원적인 회복시간인 수면시간이 조사를 1999년 시작한 이래 최초로 감소했다는 역설이다.
과거 한국 사회가 ‘불면 공화국’이라 불렸을 때, 그 원인은 명확해 보였다. 장시간 노동과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잠은 성공을 위해 희생해야 할 비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이번 조사에서 취업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5년 전보다 줄었고,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의 비율도 감소했다. 개선될 것만 같았던 수면시간은 왜 뒷걸음질을 쳤을까?
통계는 그 답이 우리 손안에 있음을 가리킨다. 그 범인은 잠들기 직전까지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이었다. 늘어난 여가시간(21분 증가)은 고스란히 미디어 이용시간으로 흡수됐다. 실제 일평균 미디어 이용시간은 2시간 45분으로 이전 조사(2시간 26분) 대비 19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PC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이용한 여가시간은 5년 전 36분에서 1시간 8분으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과거의 불면은 ‘타의에 의한 수면 부족’이었다면, 지금의 불면은 ‘자발적 수면 포기’에 가깝다. 잠 못 이루는 사람의 비율이 5년 새 4.6%p나 급증한 것(7.3%→11.9%)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 수면의 양뿐 아니라 질까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시간 사용의 문제점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된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의 학습시간은 전반적으로 감소했지만, 유독 초등학생의 학교 밖 학습시간만 22분이나 늘어난 현상은 우리 사회의 경쟁과 불안이 얼마나 어린 세대까지 뿌리내렸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7세 고시’라는 신조어가 현실이 된 지금, 아이들의 시간표는 놀이와 휴식 대신 선행학습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학업 스트레스는 아동·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이 외에도 식탁 풍경마저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혼자 식사하는 이른바 ‘혼밥’ 비율도 증가했다. ‘혼밥’ 비율이 일제히 상승한 것은 1인 가구의 급증이라는 인구구조 변화를 넘어, 공동체의 시간이 빠르게 파편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혼밥이 주는 편리함과 자유도 있겠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들은 사회적 고립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경고한다. 우리가 보통 기분 좋은 행동으로 ‘대면 교제’와 ‘함께 식사하기’를 꼽으면서도, 정작 우리의 시간은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잠은 줄고, 아이들의 공부 시간은 늘고, 식사는 홀로 한다. 우리는 더 많은 자유 시간을 얻었지만, 그 시간을 진정한 휴식이나 얼굴을 마주하는 교류가 아닌, 스크린 속의 세상과 고립된 각자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효율과 편리를 좇는 사이, 우리사회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2024년의 시간표가 던지는 질문은 무겁기만 하다.
이민영(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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