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 일감 감소하는데...‘택배 없는 날’ 동참 않는 쿠팡의 기만
쿠팡 노동자 "쉴수록 일 못 구하고 백업기사 활용 어려워"
쿠팡 내 '배송 구역 회수제도' 등 정책에 휴식 어려움 강조
택배노조, 쿠팡이 속도 경쟁 몰입 후 사회적 약속 흔들려
생활물류법 개정, 휴일 확대로 노동자 휴식권 보장 촉구

"쿠팡은 택배 노동자가 주5일 쉴 수 있고, 공백을 메울 대체 인력도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해에서 쿠팡 택배 노동자로 일한지 2년째인 ㄱ 씨는 '택배 없는 날(8월 14일)'을 앞두고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불참하는 것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 택배사들은 노동자 휴식 보장을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20년부터 6년째 '택배 없는 날'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업계 물량 50%를 차지하는 쿠팡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 쿠팡은 '백업 기사 시스템'을 통해 택배 노동자들도 자유롭게 휴무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ㄱ 씨는 평균 주 6일 일하는 데다, 택배 대리점은 백업 기사 활용을 꺼리는 분위기여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ㄱ 씨는 "대리점은 '쿠팡친구'라는 쿠팡 자체 백업 기사를 활용해 배송하면, 쿠팡과 재계약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쿠팡친구'를 많이 투입할수록 대리점 소속 택배 노동자의 평점이 깎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클렌징'이라는 '배송구역 회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쿠팡 노동자가 정해진 기간 내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배송구역을 회수당한다. 배송구역을 회수당한 쿠팡 노동자는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줄어든 일감만 소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득이한 이유로 배송하지 못할 때, 용차비(택배 대체 인력, 차량 투입 비용)를 부담해야 한다. 계속 일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배송구역을 뺏기고 일감이 줄면서 계약 해지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쿠팡을 제외한 택배사 노동자들은 '택배 없는 날'을 통해 하루 휴식을 보장받고 있다.
CJ대한통운 창원진해성산 터미널 소속 12년차 택배 노동자 이준석(38) 씨는 14일 충북 본가에 다녀올 예정이다. 이 씨는 이를 포함해 이틀만 주어지는 휴일 탓에 가족과 여유로운 시간까진 보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씨에게 '택배 없는 날'은 소중하다. 쉴새 없이 돌아가는 택배업계에서 '택배 없는 날'은 여름휴가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업계 1위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불참이 이어지면서, 업계 간 사회적 약속 또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실정이다.
성상영 택배노조 경남지부 사무국장은 쿠팡이 택배 경쟁을 가속화하면서 노동자 휴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사무국장은 "쿠팡이 새벽·로켓 배송과 주7일 배송 등을 도입하면서 기존 택배사들도 주 5일에서 6일, 7일로 365일 배송 체계를 도입하는 실정"이라며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해도 업계는 반성 대신 속도 경쟁에 더욱 몰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ㄱ 씨는 "지난 6월 3일 대선일에 쿠팡도 주간배송을 하지 않았지만, 소비자 주문·집하는 이뤄져 다음날 물량 폭탄을 맞았다"며 "쿠팡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면서 집하를 중단하고, 의무 배송시간을 확대해 노동자 휴식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사무국장은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을 언급했다. 그는 "택배 노동자와 계약할 때 배송구역을 명시해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데, 쿠팡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 배송구역을 명시해 배송구역 임의 회수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씨는 "쿠팡 동료들도 단 하루만이라도 마음 놓고 쉴 수 있어야 한다"며 "'택배 없는 날'도 하루 아닌 점차 확대돼 노동자들이 여유 있는 휴가를 다녀올 수 있게 조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