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북한 평산 우라늄

최근 경기도와 인천시가 북한 평산 우라늄 공장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이 서해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두고 방사능 오염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조사 방식에서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검사해야 할 방사성 물질을 잘못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검사한 주된 물질은 '세슘-137'이었다. 세슘-137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대량 방출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북한 평산의 시설이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라 우라늄 공장이라는 사실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사무차장을 역임한 올리 하이노넨과 KAIST의 정용훈 교수는 "북한의 평산 공장은 원자력 발전소가 아니기 때문에 세슘-137이나 요오드-131 같은 물질이 나오지 않는다"고 분명히 지적했다. 우라늄을 정련하는 과정에서는 우라늄-238, 우라늄-235 같은 알파 방사성 물질뿐 아니라 라듐-226, 토륨-230, 폴로늄-210 등이 방출된다는 것이다.
세슘-137이나 요오드-131 같은 물질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분열 반응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일어난 원전 사고 때 방출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반면 우라늄 공장은 원료를 핵연료로 가공하는 시설이므로 핵분열 반응이 아닌, 미세한 입자 형태의 우라늄이나 라듐 같은 알파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 원전 사고와 우라늄 공장은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특성과 위험성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비유하면 가스가 새고 있는데 전기 누전을 점검하는 격이다. 문제가 있는 곳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 알파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이다. 알파 방사성 물질은 종이 한 장으로도 차단될 정도로 외부 투과력은 낮지만, 일단 호흡기나 식수 등으로 체내에 들어가면 폐암이나 골수암 등을 일으키는 매우 치명적인 물질이다.
실제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라늄 시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던져준다. 이 지역 우라늄 시설 주변에서 배출된 우라늄-238, 라듐-226, 폴로늄-210 등 알파 방사성 물질로 인해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시설의 관리 부실과 정보 은폐로 피해가 더욱 심각했고, 현재도 환경 오염과 건강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북한 또한 중국과 유사하게 시설 관리가 부실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욱 우려된다.
더욱이 북한이 우라늄을 생산하는 목적 또한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우라늄을 정련하는 이유는 단지 전력 생산 목적이 아니라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플루토늄과 농축 우라늄을 얻기 위해서다. 이 문제는 단순 환경오염이 아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이제라도 조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세슘이 아닌 알파 방사성 물질 중심으로 정확하게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알파분광분석법(alpha spectrometry)'과 같은 정밀한 과학적 검사 방법을 활용하면, 미세한 농도의 알파 방사성 물질까지 정확히 검출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담 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꾸려 신속히 대응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감시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관심이 잘못된 곳에 머물면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지금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세슘이 아니라 우라늄이다.
김대중 인천시의회 의원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