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상품 된 군함도… 역사도 미래도 없었다 [밀착취재]
日 전후 부흥기 자긍심 자극
조선인 관련 내용 은폐 급급
한글 자료엔 대일청구권 포기
韓 측 주장 반박 영상만 있어
日 시민사회 ‘조선인 피해’ 양심고백 공개… “인정·성찰해야”
풀뿌리 운동으로 세운 인권평화자료관
“절대로 도망갈 수 없는 감옥도” 증언
8월 8일 원폭 희생자 위령제 지내
야마다 의원·공명당 대표 등도 참석
“한국인 희생자 등 피폭자 애도” 밝혀

정식 이름이 하시마(端島)인 이 섬은 1890년 미쓰비시가 인수해 개발했다. 양질, 고가의 석탄이 나오자 주변을 메우고 콘크리트 방파벽을 세웠다. 인부들 상주를 위해 지은 고층 아파트까지 들어선 모습이 일본 해군 전함을 닮았다고 해 군함도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그 약속은 10년째 물거품이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돌아본 박물관에선 강제동원은커녕 조선인 관련 내용 자체를 찾기 힘들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과거를 딛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강조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23일 일본 방문을 계기로 정상 간 셔틀외교 재개도 앞두고 있지만, 군함도는 여전히 애써 과거를 외면한 채였다. 오히려 1974년 이후 폐허가 된 군함도에 대한 향수, 전후 부흥기의 자부심을 자극하는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파트 내부 복원 공간에서는 일본인 관람객들이 “누추하지만 사양 말고 들어오세요” 같은 농담을 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1층 매표소 옆에선 섬 아래 탄광이 있는 모양의 캐릭터를 이용한 과자, 티셔츠 등을 팔고 있었다.
이런 현실인지라 일본 정부에 제대로 된 반성을 촉구하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피해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목숨을 잃거나 평생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 조선인 피폭자의 아픔에 고개 숙이며 진정한 화해를 기원하는 일부 양심적 일본 시민과 정치인들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바다의 다이아몬드’로 상품화한 군함도
선사 여러 곳이 운영하는 군함도 투어는 거의 3주치가 매진 상태였다. 직원에게 물었더니 “방학 기간에는 거의 만석”이라고 했다. 열흘 전 어렵사리 예매한 6일 오후 배편은 한여름 맑은 날인데도 그날따라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 결항했다. 군함도가 탈출 불가능한 ‘지옥도’라고 불렸던 이유 중 하나인 바로 그 파도다.

한글로 된 자료는 두 곳에 있었다. 하나는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 관련 설명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경제협력금을 받고 ‘징용공’(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식 표현) 미지급금 등 대일 청구권을 포기했으며, 향후 일절 청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빨간색 글씨로 강조돼 있다.

이곳은 200년 쇄국정책을 펼치던 일본이, 세계를 향해 열린 유일한 창 나가사키에 살던 외국인 글로버 등의 도움을 받아 ‘동양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혁명을 이뤄냈다고 홍보한다.
3개관 중 하나는 전체가 군함도를 다룬다. 섬 출신 등 10여명의 대형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고 그중 3명의 증언은 별도 패널로 만들어졌다. 1944년부터 갱내 측량사로 일했다는 남성 등이 “위험한 일이라 연대감이 강했다”며 조선인 학대, 차별을 부정하고 있다.

이들 증언을 강제동원 당사자의 말로 반박하는 곳이 있다. 일본 시민사회 풀뿌리 운동으로 건립된 나가사키 인권평화자료관이다. “14살 때인 1943년 9월 빨간색 징용 종이가 왔다. 수천 명과 함께 부산을 거쳐 시모노세키로 보내졌다. 이 중 300명의 종착지가 하시마였다”는 고 서정우씨의 회고가 소개돼 있다. “조선인들은 모퉁이 건물 좁은 방에 7, 8명이 함께 있었다”, “일을 쉬려 하면 ‘네, 일하러 갑니다’라고 말할 때까지 맞았다”, “절대로 도망갈 수 없는 감옥도였다”는 토로가 이어진다.



지난 8일 나가사키에서 엄수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제에선 입헌민주당 소속 야마다 가쓰히코 중의원(하원)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한·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일본 국회의원도 참가해줬으면 한다’는 한국 의원의 권유를 계기로 매년 참석 중이라는 그는 “조국을 떠나 80년 전 이 땅에서 원폭 피해를 본 한국인 희생자와 모든 피폭자에게 애도의 마음을 바친다”고 했다.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도 이날 따로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다.
나가사키=글·사진 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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