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표 123대 국정과제, 개헌·지방시대·AI강국 길 열길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이재명 정부 5년 국정운영 청사진을 공개했다.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한 지 70일 만이다. 기획위는 새 정부 국정 지향점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일상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의 주권 의지를 반영하는 국정을 실현하고, 국민 모두의 행복을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획위 안을 면밀하고 신속하게 검토해 최대한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획위가 공개한 123개 국정과제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집대성하고 구체화했다. 헌법 개정부터 코스피지수 5000 달성까지 전 분야가 망라됐지만, 불법계엄으로 무너진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우고, 0%대로 추락한 경제성장률을 높여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치 분야에선 1호 국정과제로 제시한 권력분산형 개헌과 검찰·감사원·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이 핵심 과제로 담겼다. 경제 분야는 인공지능(AI)·에너지 고속도로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연구·개발 예산을 확대해 과학기술 세계 5대 강국 기치를 내걸었다. 사회 분야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국민 안전에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산재를 획기적으로 줄이자고 했다. 균형성장을 위해 ‘5극3특’ 중심의 혁신·일자리 거점 조성과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으로 지방시대 초석을 깔고, 외교·안보 분야에선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제시했다. 정의롭고, 안전하고,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에 합당한 국정 방향 설정이라 평가한다.
그러나 관심을 모은 정부조직 개편 방안은 이날 발표에서 빠졌다.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의 얼개는 사전에 대통령실에 보고됐다지만 벌써부터 공무원들의 부처 이기주의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심화되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관련 정책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국정과제 실행 재원도 문제다. AI 육성과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등이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5년간 210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기획위는 비과세·감면 정비 등으로 94조원, 지출 절감으로 116조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역대 정부가 늘 해오던 레퍼토리다. 이 대통령은 “씨를 한 됫박 뿌려 가을에 한 가마를 수확할 수 있다면 당연히 빌려다 씨를 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증세 대신 국채 발행을 시사했다.
경제와 민생을 나락으로 내몬 윤석열 정부도 장밋빛 보고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정과제가 말의 성찬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과제마다 구체적 실천 로드맵을 제시하고, 부처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국정과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주식 양도소득세 같은 지엽적인 세금조차도 방향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정부와 여당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부터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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